부산 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적발된 불법 도박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한 경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오전 5시37분 남구 대연동의 한 산길에서 A(58) 경감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A 경감의 신분증이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A 경감은 지난 16일 오후 7시 집을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A 경감은 최근 현직 경찰관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거나 돈을 떼먹고 달아난 도박꾼의 신상정보를 도박장 개설자에게 제공한 사건(본지 지난 12일 자 8면 보도)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10일 부산 남구 한 건물 3층에 있던 도박장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동부경찰서 소속 김모(52) 경위를 긴급체포했다. 다음 날 남부경찰서 소속 박모(55) 경위도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 경감이 도박꾼 신원 조회에 관여한 정확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였다. A 경감은 지난 13일 자진 출석해 도박장 개설자에게 2명의 신원을 유출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인정보를 요청한 사람이 도박장 개설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A 경감은 다음 날 다시 조사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A 경감의 유서에는 "36년 넘게 경찰 생활을 했는데 이런 일로 조사를 받게 돼 자괴감이 든다. 가족과 경찰에게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박 경위를 상습도박과 직무유기 혐의로, 김 경위를 도박 방조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