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 적기 건조·일감확보 총력
- 노동자협, 선주사 찾아 영업도

'조선소 생존이 우선이다.' 조선업이 유례없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 노사가 임금 협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중공업 사측과 근로자 대표기관인 노동자협의회는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을 당분간 보류하고 불황 극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 밝혔다.

노사가 임금협상을 미루고, 생산에 전념하기로 한 것은 조선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구조조정의 높은 파고 속에서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올 초부터 다시 임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노사는 임금 협상에 집중하느라 공정을 챙기기가 어려워졌고, 이에 양측은 큰 틀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임금협상 기간에는 조선소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임원이 협상에 매달려야 했고, 노동자협의회에서 주 1회 직원들을 상대로 협상 결과를 공유하면서 작업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공정에 차질을 빚어 왔다. 특히 임금 협상이 잘 안 풀려 쟁의라도 발생하면 정상 건조에 큰 애로를 겪어왔다.

노사는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현재 건조 중인 대형 프로젝트를 적기에 완료하고 일감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익시스 CPF와 프릴루드 FLNG, 에지나 FPSO 등 대형 해양플랜트들을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납기 지연은 곧 조선사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며 외국 선주사들이 가진 회사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노사는 또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주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노동자협의회는 대외 행사에서 선주사 고객들을 함께 만나 회사의 수주활동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발주처 측에 노사가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면서 납기지연 등 불필요한 우려 때문에 수주가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이다.

올해 들어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조선소에서 열리는 명명식에 참석해 선주사 관계자들을 만나 노사 화합을 약속하고, 추가 발주를 요청해 왔다. 또 거제조선소에 나와 있는 주요 선주사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영업활동 지원에 계속 나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작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자협의회도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회사의 생존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노사가 힘을 합쳐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