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도 정규직이 하던 일 맡아
- 기형적 일자리 조성 논란

- "무늬만 정규직, 월급은 계약직"
- 교직원 노조, 반대 1인시위

동아대가 '이상한 일자리' 논쟁에 휘말렸다. 근무조건은 정규직인데, 월급은 계약직 수준인 '전담직' 채용에 나서면서다. 사립대의 재정 형편상 인건비를 줄이려는 고육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기형적인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전국대학노동조합 박넝쿨 동아대지부장이 29일 전담직 채용 중단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대지부 제공

동아대는 다음 달 새로운 교직원 직종인 전담직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전담직은 정규직이지만 급여는 계약직 교직원(월 150만 원)보다 조금 나은 170만 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040만 원대이다. 일반 정규직과 급여체계도 달라 정년이 될 때까지 최고 연봉은 3500만 원으로 묶인다.

전담직은 처우가 열악해도 높은 실업률 탓에 인기가 높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담직' 4명을 뽑을 당시 170명이 몰렸다. 이들은 수습기간 1년을 거쳐 지난 1일 정식으로 임용돼 단과대학 행정지원실의 정규직이 맡던 업무를 하고 있다.

동아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재정 여건이 나빠져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 입학정원은 2013년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교육부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수입 저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동아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전담직은 현재 2년마다 교체되는 조교 업무를 맡게 된다"며 "그에 따라 낮은 급여를 받게 되는 것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전국대학노조 동아대지부는 전담직이 교직원 사이의 '신분'을 만들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넝쿨 지부장은 "정규직 중 일반직과 기능직 사이에도 아직 완전히 융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늬만 정규직인 전담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재정 악화는 대학본부의 잘못 탓인데 새로 선발하는 전담직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 15일부터 승학캠퍼스와 부민캠퍼스에서 전담직 채용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해 예산이 2400억 원인 동아대는 2012년부터 5년간 건설비로만 810억 원을 사용했다. 건설비로 재단적립금이 줄어들자 교직원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2013년 대비 교직원이 18.4% 줄었음에도 일반직 모집은 3학기째 진행하지 않고 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청년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대학이 오히려 나쁜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재정 상황이 나빠 일반직을 뽑지 못한다면 학내 구성원들에게 그 이유와 대책을 설명하고 해법을 찾는 게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담직이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연봉 3500만 원을 넘지 못한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덧붙였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