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수한 현금 돌려달라고 요구
- "광고업자가 준 돈 대가성 없어"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자유한국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구을) 의원이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배 의원의 변호인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이 배 의원 자택에서 압수한 뭉칫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는 17일 부산법원종합청사 301호 대법정에서 배 의원의 첫 공판을 열었다. 배 의원은 이 회장 등으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포함해 91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공소요지를 설명하면서 "배 의원이 해운대구청장이던 때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인허가와 설계변경 때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영향력을 행사해 엘시티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을 받거나 술값을 대납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반을 부인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 대납받았다는 술값 역시 지불된 줄 몰랐다"는 게 변론의 요지였다.

변호인은 2016년 2~3월 네 차례에 걸쳐 이 회장에게서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당시는 배 의원이 공천 탈락 위기에서 지역구를 옮긴 상태로 오히려 배 의원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이 회장에게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하던 때"라며 "이 회장이 공천이 불확실하고 지역구도 옮긴 배 의원에게 큰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 측은 광고업자와 세무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각각 950만 원과 450만 원을 받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변호인은 검찰 압수물 가운데 배 의원의 자택에서 발견된 현금 4000만 원은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채택돼 있지 않으니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검찰은 "돈의 출처가 소명되지 않았다.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금 4000만 원을 증거로 제출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 앞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을 세심하게 배려해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재판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도록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심리에 나설 것을 피고인과 취재진·방청객에게 약속드린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