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사진) 도지사의 대선 출마로 또다시 경남도정의 장기 공백이 우려된다. 1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홍 지사가 도지사직을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시점에 사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도지사 보선이 무산되면 경남도정은 1년3개월 가까이 행정부지사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 현안 사업 차질 등이 불가피하다.

홍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도정을 안정시킨 후 제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 사퇴 시점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4·12재·보선과 5·9대선이 잇따른다. 경남도의 선거비용 과부담 문제, 줄사퇴로 인한 보선 혼란 방지, 우파 단일화 일정 촉박 등으로 만약 내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본 선거 후보등록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도 지사직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지사는 평소 도지사 보선은 없도록 하겠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사직 사퇴에 따른 보선 실시로 예산 낭비(130억~140억 원 추산) 등 폐해가 우려된다는 논리다. 지사직에 도전하는 공직자들이 사퇴하면 연쇄적으로 보선이 실시돼 도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지사는 오는 31일 대선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지사직은 다음 달 9일 공직자 사퇴시한 마감일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203조에는 홍 지사가 대통령 선거 30일(4월 9일) 전 사퇴하면 대선 날짜에 도지사 보선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홍 지사가 의도적으로 4월 9일 자정이 다 돼 사퇴하고, 다음 날 선관위에 통보하면 도지사 보선은 치러지지 않는다. 경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보선은 4월 9일까지 실시 사유 통지문서가 들어와야만 실시된다"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과거에도 도지사들이 임기 중 대선 출마 등을 위해 사퇴해 보선까지 6개월가량의 도정 공백을 초래한 바 있다. 김혁규 전 지사가 2003년 12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기면서 도지사직을 그만뒀고, 김두관 전 지사도 2012년 7월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에 따라 경남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의 조기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홍 지사가 법의 맹점을 활용해 꼼수를 부리려 한다. 1년3개월간 도지사가 없으면 굵직굵직한 현안 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신규 사업 추진은 불확실해지는 등 도민에게 큰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도지사 보선을 준비해온 정치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재 도지사 보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한국당 이주영(마산합포) 박완수(창원의창) 의원,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다. 민주당은 김경수(김해을) 의원, 정영훈 경남도당 위원장과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정의당은 여영국 경남도당 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순백 정옥재 기자 sbjung@kookje.co.kr

◇ 경남도 도정 공백 일지 김혁규  2003. 12.14 사퇴 ~ 2004. 6. 5 김두관  2012. 7. 6 사퇴 ~ 2012.12.19   홍준표  2017. 4. 9 사퇴 ~ 2018. 6.30 ※홍 지사는 당 경선 승리 후 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