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공동기획

민서(가명·여·10)는 늘 꾀죄죄한 모습이다. 얼굴과 손발이 더럽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닌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주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른다. 결석 횟수는 계속 늘어간다. 민서는 지적장애 3급이다. 제대로 된 판단능력이 없는 데다, 누군가 곁에 없으면 울음을 터트리는 불안증세도 심각하다.

아버지(42)는 위기의 가정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없다. 그도 지적장애 2급이다.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돈이 입금되면 술을 마시고 탕진하는 경우가 잦았다. 알코올 중독증세가 심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는 가정 폭력으로 이어졌다.

민서와 남동생(8)을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며 시설 입소 상담까지 받았다. 수급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뒀다. 아버지는 남동생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동생에게 "너희 누나는 바보"라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민서네 주거상태는 열악하다. 옷장과 서랍장이 부서졌지만 수리되지 않은 채로 오래 방치되고 있다. 청소한 지 오래된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커다란 바퀴벌레가 안방에 기어 다녀도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비위생적인 집안 상태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민서는 어머니(46)가 가출한 뒤부터 더욱 방황 중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크지만, 아버지와의 잦은 다툼과 어려운 가계 여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그도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수술을 했고, 꾸준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현재 경찰이 가출신고를 접수했지만, 아직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민서는 최근 또래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의지할 곳 없는 민서는 외려 가해 아동에게 '보고 싶다, 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사회복지사는 "민서가 혼자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데다 불안증세는 심해지고 있다. 민서와 남동생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 1월 31일 자에 소개된 상우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