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 작년 10월29일 시작
- 세월호·부정입학에 학생도 참여
- 6차 집회서 최대인원 232만 명
- 4개월간 1600만 개 타올라

- 직접 민주주의 광장 세계 찬사
- 정치 혐오·무관심 극복 기폭제
- 국민 주권의식 자각 최대 유산

4개월 넘게 타오른 촛불은 직접민주주의 광장이었다. 1600만 개의 촛불은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 경이로운 비폭력 평화집회는 국회의원을 움직여 소추안을 가결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광장 정치'가 정치 혐오·무관심을 극복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한다. 또 촛불 유산을 계승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10일 오후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촛불승리 시국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인용을 축하하는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광장이 몰아낸 국정농단

첫 촛불집회는 지난해 10월29일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것으로 추정된 태블릿PC가 발견되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 씨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직후였다. 당시에는 대통령 '탄핵'보다는 '사과' 목소리가 컸다.

2주 뒤 민중총궐기를 겸해 열린 3차 촛불집회는 첫 집회 참가자의 30배가 넘는 100만 명이 모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의 입시부정이 드러나면서 중고생들도 광장으로 모였다.

탄핵안 발의·가결 전인 지난해 12월 3일 열린 6차 집회는 232만 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 집회로 치러졌다. 같은 달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튿날 집회에는 104만 명이 모여 탄핵안 가결을 자축했다. 12월 31일에도 110만 명이 모여 누적 연인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는 이날 현재까지 전국 기준 누적 1587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특권·탄압 대한 저항이 촛불의 힘

촛불집회는 누구나 자유발언을 하고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장이었다. 박근혜 정부 내내 쌓인 엄청난 적폐도 촛불을 밝힌 원동력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2014년 4월 16일 이후 3년 가까이 농성과 투쟁을 벌이면서 촛불집회에도 앞장선 것이 대표적이다.

어린 나이의 고등학생들이 희생자였던데다 구조 등 과정에서의 문제도 불거짐에 따라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공감하는 시민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안에도 참사 당일 이른바 '대통령의 7시간'이 적시됐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고 숨진 백남기 농민 사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계가 '친재벌 정책'이라고 규정한 노동 정책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대표되는 외교 정책 역시 촛불집회의 저류가 됐다.

■세계도 놀란 평화집회 정착

촛불집회는 비폭력·평화집회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유례없이 많은 인원이 참석해 오랜 기간 이어졌는데도 집회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촛불집회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국민의 주권 의식 자각이 손꼽힌다. 수많은 단체와 계층·개인이 사회 전반에 걸친 폐단을 지적하고 개혁 의지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 의혹부터 일본군 위안부 합의까지 정부의 밀실 정책이 공론의 장으로 소환됐다.

전문가들은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직접 민주주의 열망을 지키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민 발안제·국민 소환제를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 권력기관 감시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산대 진시원(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촛불 항쟁을 통해서 국민이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다시 엘리트주의로 돌아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