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행 연한 8년 넘긴 차 수두룩
- 2~3시간 쪽잠에 당일 기사 배치
- 과속운전 등 안전불감증 여전"

"2~3시간 쪽잠에 탕발이(건당 임시운행)까지 하다 보면 파김치가 됩니다. 배차시간을 못 맞추면 회사에서 벌금 40만 원을 부과해 과속·신호위반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무리한 차선 변경으로 승객 10명이 숨지는 참사를 낸 울산지역 관광버스업계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울산지부와 동진관광노동조합, 교통문화시민연대 등은 8일 울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동진관광 소속 기사들은 회사의 파행운행 실태를 폭로했다. 동진관광은 지난해 사고를 낸 태화관광의 자회사다. 기사들은 "차령이 10년 넘은 노후버스가 수두룩해 늘 사고 불안에 시달리며 운행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관광버스의 운행 연한이 8년으로 돼 있지만 검사를 거쳐 기간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광호 동진관광노조 지부장은 "차량 노후화가 심해 운행 중 문이 열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무자격 정비사에게 맡겨 땜질식 정비를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관광버스의 용차계약 내용과 달리 운행 당일에 차량과 운전기사가 바뀌는 경우도 잦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운행연수가 적은 차량을 제공하기로 계약해놓고 실제 노후차량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기사들은 "대형 관광버스업체가 계약을 따낸 뒤 영세업체에 하도급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서 "운전기사도 수시로 바뀌어 사전에 음주운전 여부를 가리기도 힘든 데다 수학여행 출발 전에 버스기사가 음주 단속에 걸릴까 봐 버스업체 직원이 대신 음주측정을 받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버스업체 입장에선 음주 문제로 계약이 취소될까 봐 꼼수를 쓴다는 것이다. 또 기사가 부족할 때는 안전교육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은 일용직을 버스기사로 고용한다고 전했다.

전교조와 학부모·시민단체들은 이런 상태에선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시즌을 맞아 또 다른 대형사고가 우려된다며 울산시와 시교육청에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차량·기사 실명제를 포함한 관광버스 안전계약 매뉴얼의 제정을 주장했다. 전교조 도상열 울산지부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아이들은 곳곳에 널린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조속히 신뢰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