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치 않는 결과 수용 못 해"

- 주말 전국 107만 촛불 운집
- '박근혜 퇴장' 레드카드 행진
- 탄기국 "탄핵 각하·국회 해산"
- 삼일절 양측 대규모 집회 예고

# 분열 부추기는 정치인들

- 광장집회서 불복 발언 쏟아내
- "갈등 봉합 책임있는 자세 중요"

둘로 나누어진 광장이 내란 수준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다가오면서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의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양측 모두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3·1절에는 탄핵 찬반으로 양분된 시민사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온 진영이 '총동원령'을 내린 데 이어 탄핵 찬성 측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 국정 농단 청산 16차 부산시국대회'의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구속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정빈 기자(왼쪽),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진영 논리에 극단적 행동 우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이었던 지난 25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박근혜 4년 이제는 끝장내자'를 주제로 개최한 촛불 집회에는 새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 2만5000명을 비롯해 전국 107만8000명이 운집했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발언대에 오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결정은 단지 재판관 8명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 이름으로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탄핵' '특검 연장'을 요구하던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장'이 적힌 레드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심판 불복을 촉구하는 발언이 많았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공동재표 정광용) 주최로 이날 대한문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각하' '국회 해산'을 외쳤다. 정 공동대표는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백문기 박사모 부산본부장은 "박 대통령이 죄를 지었다는 증거가 없다. 탄핵 각하 외에는 어떤 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민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대표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 국민생명을 지킬 의무를 방기했다. 최순실에게 국기 기밀을 누출했다. 헌법을 위반한 사실이 모두 확인됐는데도 탄핵 인용이 되지 않으면 국민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의 대립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7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이어 3월 10일 전후로 헌법재판소가 심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3·1절에 대규모 도심 집회를 예고하면서 극단적인 행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과 승복 합의 정치권이 나서야

정치권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4개 원내교섭단체 대표 회동에서 탄핵심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죄 없는 대통령을 촛불로 끌어내릴 수 없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잘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촛불집회에서 이재명 성남 시장은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할 게 아니라 끝까지 싸워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이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강조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겠다는 합의나 리더의 선언을 통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박 대통령과 국회는 탄핵 심판의 당사자인 만큼 법적으로 강제력이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면서 "법치는 법에 의한 통치를 말한다. 국민이 헌재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국가 기관마저 따르지 않으면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정용하(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분열은 이념적 감정적 대립이다. 정치권이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결과에 승복하자는 리더의 발언은 지금 상황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결과에 대한 불만은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적폐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주도하는 갈등 봉합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결정 또한 공권력의 행사다.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국민에게 평가 받는 게 당연하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를 받아들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국회의 임무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