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취지에 시민들 이미 북적

- 부산 남포동 메가박스 4층 등
- 전국 6개도시서 오늘까지 운영
- 인터넷 '서점온'에서도 가능

"영화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어요."

24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메가박스 부산극장 4층에서 영화 관람을 마친 세 모녀가 도깨비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4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메가박스 부산극장 4층. '도깨비 책방'에서 책을 살피던 유승희(여·40) 씨가 횡재한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영화 관람을 마친 관객이 몰려들자 도깨비 책방도 바빠졌다. 관객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신청서에 희망도서 5권의 책자 이름을 써냈다. 보고 싶었던 책을 공짜로 손에 쥐게 돼 기뻐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희망 1순위 도서 재고가 소진돼 2순위 도서를 받고 아쉬워하는 관객도 있었다.

도깨비 책방은 중소 출판사의 책을 유통한 송인서적의 부도(본지 지난 1월 5일 자 7면 보도)로 판로를 잃어버린 지역·영세 출판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화 연극 전시회를 비롯해 2월 한달간 사용한 문화공연 티켓을 제시하면 책 한 권을 무료로 준다. 책값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사에 지원한다.

부산 남포동 메가박스 부산극장을 비롯한 전국 6개 도시 7개 문화시설에서 25일까지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후 1시~밤 10시다.

도깨비 책방이 준비한 도서 468종은 모두 송인서적과 거래하다가 피해를 본 출판사들이다.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 책 중에는 부산 소설가 임회숙 씨가 쓴 '감천문화마을 산책'(해피북미디어) 등 '부산표' 책도 다수가 포함돼 있다.

이영호 부산서점조합장은 "송인서적으로부터 어음을 받고 책을 인쇄했는데, 어음이 휴짓조각이 돼 피해를 본 중소 지역출판사가 많다. 책을 유통하지 못해 돈 한 푼 못 쥔 상황이 됐다. 정부가 사기업인 송인서적을 직접 지원할 수 없어 도깨비 책방을 통해 영세 출판사를 돕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고르다가 도깨비 책방의 취지를 들은 안주현(여·34) 씨는 "이런 정책이 진짜 문화 복지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애초 현장에서 3만 부, '서점온'(www.booktown.co.kr)을 통해 1만 부를 배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SNS 등을 통해 도깨비 책방이 알려지면서 호응이 커지자 온라인 배포 수량을 1만5000부 추가했다. 부산에 배정된 책은 5000권이다. 지난 22, 23일 이틀간 709권이 배포됐다.

부산서점조합원들이 소극장 등지를 찾아다니며 도깨비 책방을 홍보한 덕분에 방문객이 점점 늘어났다. 이영호 조합장은 "도깨비 책방을 방문해주는 것만으로 출판계에 도움이 된다. 토요일인 25일에는 훨씬 많은 분이 찾아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깨비 책방이 침체에 빠진 지역 출판업계를 살릴 '도깨비방망이'가 될지 주목된다.

※ 송인서적 사태

국내 2위의 대형 서적도매상이었던 송인서적이 지난 1월 100억 원 규모의 어음 중 일부를 처리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부산을 비롯해 송인서적과 거래한 전국 중소 출판사 2000여 곳은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