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설치 164곳 200만 원 지원
- 학부모 반대하면 설치 어려워
- 교사도 의식 안해 감시 한계

앞으로 부산의 모든 유치원 교실에 CCTV 설치가 추진된다. 아동학대 사건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한 아동학대 상황대책반도 가동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사상구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먼저 유치원 404개 중 현재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164개(40.6%) 유치원 교실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CCTV를 설치하는 유치원에는 2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매년 학부모 4만5400명과 교사 3500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실태조사를 벌이고 현장도 확인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아동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아동학대 상황대책반'도 운영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유치원은 경중에 따라 ▷1단계 시정 명령 ▷2단계 기관 경고 ▷3단계 학급(정원) 감축과 차등적 재정지원 ▷4단계 폐쇄조처 절차를 밟게 된다. 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도 할 계획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피해를 본 어린이와 전문가의 직접 상담을 지원하고 학교 위센터(학원폭력 상담센터)에 '피해유아 지원단'을 신설해 상담과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청은 또 유치원 교사의 아동인권 보호 의식과 생활지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아교육과를 두고 있는 부산의 15개 대학 재학생들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3시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설치의 경우 교사나 학부모 가운데 일부가 반대하면 설치 자체가 어렵다. 또 촬영 내용은 구체적인 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볼 수 있어 예방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사상구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교사들이 CCTV를 의식하지 않고 원생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피해 아동만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학대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다. 이 때문에 유치원 내 CCTV를 1주나 2주 단위로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 모니터링단 운영도 5개 지원교육청별 학부모 1명씩 모두 5명으로만 구성돼 400여 개에 이르는 유치원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숙정 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은 "CCTV를 설치해도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현재 법으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사전에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학대 행위가 일어난 유치원에는 큰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예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