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급여 비용 전액 지원 악용
- 남편 간병비 아끼려 동반요양 등
- 작년 부적정 입원 313명 적발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동반 입원하고, 경증 치매환자가 1년간 장기 입원하고…

속칭 '나이롱 환자'들로 인한 의료 과소비로 국민 세금이 불필요하게 줄줄 새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실시한 저소득층 의료급여 대상자 실태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저소득층 환자의 의료급여는 국비 80%와 시비 20%로 전액 지원된다. 이번 조사는 요양병원에서 1개월 이상 장기 입원 중인 환자 57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무려 절반이 넘는(54.9%) 313명이 부적정 입원자로 확인됐다.

시는 부적정 입원자 중 129명을 강제 퇴원시켜 15억4100만 원의 의료급여 지출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부적정 입원자란 반복적인 주사제 투여가 없거나, 외래 치료가 가능해 입원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급여 대상자를 말한다.

치매 환자 A(75) 씨의 경우 2015년에 입원비로 의료급여 2756만9000원을 사용했다. A 씨는 특별한 치료 없이 1년간 입원했지만 요양병원은 퇴원시키지 않았다. 이를 적발한 시는 A 씨를 강제 퇴원시켰지만 보호자 없이 혼자 사는 점을 감안해 국가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요양원)로 옮겨 생활하게 했다. 요양병원에서는 치료와 입원비 등이 의료급여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시에서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 환자 본인은 한 달 식비 중 20%인 6만~7만 원 정도 부담한다.

B(여·69) 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간호하다 식비와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우울증 진단을 받고 동반 입원했다. 울산시의 실태조사에서 적발되기까지 1000만 원의 입원비가 B 씨에게 지급됐다.

부적정 입원자 중 시가 퇴원시키지 못한 급여 대상자도 있다. 거주할 집이 없거나 보호자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비교적 경증이어서 중증 환자만 갈 수 있는 요양시설에도 갈 수 없어 요양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는 앞서 2015년에도 부적정 입원자 345명 중 141명, 2014년에는 342명 중 131명을 각각 강제 퇴원시켜 19억 원과 16억8000만 원을 줄인 바 있다. 시 관계자는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 저소득 환자의 입원 실태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또 혼자 사는 경증 저소득 환자들은 요양병원 외에 갈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중증 환자들이 가는 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