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주인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측근인 이모(68) 씨가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이 씨는 그러나 엘시티 사업과는 무관한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허남식. 국제신문DB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 심리로 22일 오전 열린 이 씨의 첫 공판에서 이 씨의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이 씨를 제3자 뇌물취득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이날 "2010년 5월 (이 씨가) 이 회장의 사무실에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엘시티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자금이었다. 당시 엘시티와 관련한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씨의 범행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지만 대가성이 없어 제3자 뇌물취득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에 앞서 "이 씨는 허 전 시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인물로, 2010년 지방선거 때 허 시장의 '비선 참모'로 대언론 선거운동을 했다"며 "이 씨는 이 회장에게 선거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이 회장이 돈을 건넨 만큼 '뇌물'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제3자 뇌물취득죄는 실제 공무원에게 뇌물이 전달됐는지와는 무관하게 성립된다.

검찰은 이 씨의 공소장에 "이 씨는 이 회장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사례하고 청탁하기 위해 허 전 시장에게 제공하는 뇌물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 회장이 부산시로부터 원활한 행정절차를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고 허 전 시장이 당선되면 향후에도 관리감독의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이 씨를 통해 허 전 시장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검찰은 이 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알린 뒤 이를 선거운동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 20일 허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다음 달 17일 2차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 돈의 성격을 놓고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