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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 허점 파고든 '짜깁기 책' 바가지

부산대 2010년 이후 구입책 조사…웹 떠도는 자료 엮은 171권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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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출판사 '희망도서제' 악용
- 재학생 알바 뽑아 구매신청
- 권당 평균 30만 원 고가에 팔아
- 내용 엉터리, 대출 거의 없어

- 부경·동아대 등도 상당수 비치
- 학교 '묻지마 구입' 개선해야

부산대 도서관을 비롯해 주요 공공도서관들이 전문도서로 둔갑한 '짜깁기 책'을 구매하느라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심 불량' 출판사들이 '희망도서' 제도를 악용해 저질 책자를 고가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묻지마식 구매'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짜깁기한 고가의 엉터리 책

부산대 도서관은 2010년부터 지난 1월까지 '희망도서' 제도를 통해 구매한 도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각종 데이터를 짜깁기하거나 내용이 부실한 171권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시중에는 팔리지 않아 '도서관용 도서'라고 불리는 이들 책 구입비는 5280만6000원(정가 기준)에 달했다. 권당 가격이 평균 30만8000원에 달한 것이다.

희망도서란 도서관 이용자의 추천이나 신청을 받아 구매한 책을 말한다. 일부 출판사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자신들이 발간한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하게 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가 '엉터리 책'으로 구분한 도서는 정부 부처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책·보고서나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출처 표기도 없이 그대로 베낀 경우가 상당수였다.

실제로 부산대 제1도서관에 비치된 한 도서는 해양수산부에서 낸 '2013 회계연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먹는 해양심층수의 용기·포장에 관한 표시기준 일부개정' '해양심층수 기본계획'을 짜깁기한 수준이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또다른 도서는 부경대 도서목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부산대가 사들인 엉터리 도서 상당수가 부경대 동아대 한국해양대를 비롯한 대학 도서관에 비치돼 있었다.

문제는 이런 책이 별다른 검증 과정없이 구매된다는 점이다. 출판계 인사 A 씨는 "희망도서 제도를 노리고 도서관 납품용 저질 도서를 생산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출판사들은 특정 대학 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희망도서 신청을 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출판사는 '도서 구입 신청 아르바이트'를 버젓이 공고할 정도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 문의를 했던 대학생 김모(22) 씨는 "도서관 홈페이지에 구입 신청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보수를 입금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2014년부터 공공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쓸 수 있게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정부 보고서를 베껴 책으로 출간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 인력 부족, 희망도서 검증 안 돼
   
이렇게 들어온 저질 도서는 외면을 받는다. 부산대의 경우 엉터리 책으로 분류된 171권의 대출횟수가 지난 6년간 508회에 불과했다. 단 한 번도 대출된 적이 없는 도서도 30권이나 됐다.

반면 도서관들은 인력 부족으로 희망도서에 대한 검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희망도서의 이름이나 출판사가 맞는지 확인하는 수준이다. 부산대 도서관 희망도서 담당 사서는 "한 달에 3500권 정도의 도서를 구매한다. 희망도서 중 상당수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므로 사서 2명이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대 도서관과는 달리 다른 공공도서관에서는 아직 희망도서 전수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한 대학 도서관 담당자는 "솔직히 컬러사진 한 장 없고 인쇄 상태는 엉망인 책의 가격이 30만 원 이상 되는 것을 보고 의심을 품기도 했다. 저자 정보도 '○○출판사 편집부'가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한국해양대 도서관 관계자도 "엉터리 책이 도서관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희망도서 제도를 이용해 구매한 책을 일일이 검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상대로 한 이 같은 '사기극'은 출판업계에선 익히 알려져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출판되는 모든 책 중 두 권은 국립중앙도서관에 보내는데 한 권에 100만 원 넘게 책정한 출판사도 있었다. 일부 출판사들이 정부와 대학 예산을 가로채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룡 박장군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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