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학년 큰 옷 입지 않아 좋고
- 키 크며 재구매 부담 줄어 호평

중학교 신입생의 교복 착용시기를 1학년 2학기로 미루는 '교복 착용 유예제도'가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만 원이 넘는 동복은 2학년 1학기에 구입하도록 권장하는 학교도 있다. 한창 크는 청소년들의 교복 착용시기를 늦추면 고학년 때 새로 구입해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1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 가락중과 해운대구 인지중을 비롯해 상당수 중학교가 '교복 착용 유예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학교 신입생들은 1학년 1학기에는 자율 복장으로 등교하고 여름이 시작되면 하복 교복을 구매해 입는다. 그 덕분에 동복 구매시점은 자연히 가을이나 겨울로 미뤄진다. 3월 입학식 때부터 동복을 입고 등교해 3년 동안 입는 다른 학교와는 대조적이다.

중학생 교복은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성장을 고려해 다소 크게 맞춘다. 그러나 예상보다 키가 훨씬 많이 자라 옷을 재구매하는 일이 잦다. 교육부의 2015년 학교 건강검사 표본조사결과를 보면 중학교 1학년 평균 키는 159.4㎝로 초등학교 6학년 평균 키 151.4㎝보다 8㎝나 크다. 중학교 2학년 평균 키도 1학년보다 6.1㎝나 더 자란 165.4㎝이다. 중학교 3학년 평균키는 169.7㎝로 2학년과 4.2㎝ 차이로 줄어든다.

교복 착용 유예제는 학부모의 교복 재구매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학교의 배려다. 가락중 측은 "키가 가장 많이 크는 1학년 1학기에 교복을 맞추면 고학년 때 교복을 다시 사야 해 학부모 부담이 크다. 학생들도 소매가 손등을 덮을 정도로 큰 옷 대신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복 착용 유예제를 실시하는 연제중학교의 한 학부모도 "2학기부터 하복 교복을 입으니 아이가 쉽게 적응한다"고 말했다. 교복 업체도 반긴다. 쉴 틈 없이 바쁜 2, 3월 주문 물량이 줄어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비수기인 8~9월에는 일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래구의 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가을에 교복을 맞추면 여유가 있으니 아무래도 더 신경써서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복을 입지 않아 생활지도가 어렵고 자율복 기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단점도 있다. 한 교사는 "1학년이 확연하게 구분돼 상급생이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복을 입으면 2, 3학년과 같은 옷을 입게 됐다고 좋아하는 아이도 많다. 사춘기다보니 사복 브랜드를 비교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