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덤프트럭이 치고 달아난 뒤
- 차량 2대 그냥 지나쳐 씁쓸
- 신고했다면 두 번째 사고 없어
- 경찰, 도주 운전자 2명 구속

새벽 시간대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여성이 덤프트럭에 치여 도로에 쓰러졌지만 아무도 구호 조치나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이 때문에 보행자는 뒤따르던 차량에 깔리는 2차 사고를 당했다. 이웃의 무관심 탓에 두 번의 뺑소니를 당한 이 여성은 결국 현장에서 숨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혐의로 덤프트럭 운전자 A(45) 씨와 승용차 운전자 B(6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1일 오전 5시 35분 연제구 연산동 토곡교차로에서 안락동 방향으로 우회전한 직후 보행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유모(여·35) 씨를 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A 씨 차량의 뒷바퀴가 유 씨의 몸 위로 넘어가면서 차량이 흔들렸지만 A 씨는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불과 20여 초 뒤 승용차를 몰고 같은 도로를 지난 B 씨도 쓰러진 유 씨의 몸 위로 차를 몰고 지나간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의 사고로 유 씨는 차와 바닥 사이에 깔려 약 30m를 끌려갔다.

인근 주민인 유 씨는 목욕탕에 가다가 변을 당했다. 유 씨가 1차 사고로 숨졌는지, 2차 사고가 직접적인 사인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로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구호 조치만 있었다면 두 번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경찰이 확보한 사고 당시 CCTV를 보면 두 번째 운전자가 사고를 내기 직전 차량 두 대가 쓰러진 유 씨를 발견하고 각각 좌우로 피해서 주행했다. 1차 사고 후 검은색 승용차가 쓰러진 유 씨를 발견하고 속도를 늦췄지만 정차하지 않고 옆으로 지나쳤다. 이어 택시 한 대도 유 씨를 발견하고 피했지만, 곧장 속도를 붙여 주행을 계속했다. 이 때문에 택시를 뒤따르던 B 씨의 차량이 유 씨의 몸 위를 그대로 지나쳤다. 앞선 두 차량이 정차하거나 뒤 차량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면 2차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택시에 시야가 가려져 길에 쓰러진 유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의 CCTV 500여 대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사고 발생 4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28분 A 씨를 긴급체포했고, B 씨도 지난 22일 검거했다. 두 차량에는 유 씨의 혈흔 등이 남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사고가 일어나기 전 지나친 두 운전자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운전 중 조금만 더 관심 있게 지켜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