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A호(777t) 선장 김모(48) 씨는 지난해 5월 기름을 아끼기 위해 편법을 썼다. 부산항에서 거제도를 거쳐 삼천포항으로 가려면 바다 차선인 항로를 따라가야 한다. 남해안 항로는 섬 바깥쪽 해역을 빙 둘러가게 돼 있다. 섬과 섬 사이는 암초나 양식장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김 씨는 거리 단축을 위해 섬 사이로 배를 몰아 8시간30분 걸리는 운항시간을 6시간으로 2시간30분 단축했다. 선박유도 600ℓ 아꼈다.

남해 해양경비안전본부는 23일 통항 금지해역을 운항한 혐의(해사안전법 위반)로 김 씨를 비롯해 4척의 유조선 승무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해경은 해양오염사고 예방 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유조선 162척을 대상으로 항적도·항해기록·화물 적재량을 점검했다. 적발된 4척의 승무원들은 운항 거리를 단축해 기름을 아끼려고 통항 금지구역을 항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항 금지구역은 위험물 운반선인 유조선의 안전 운항을 확보하고 해양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사안전법상 규정된 해역이다. 서해 태안반도 옹도부터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까지 총 472마일에 이른다. 섬·암초·양식장 등 장애물이 많고 어선 통항도 잦아 충돌·좌초 사고 위험이 높아 경미한 사고로도 대형 해양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유류 1500㎘ 이상을 실은 유조선이 금지해역을 침범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이유다.

해경 측은 "연안에서는 단 1건의 유조선 사고일지라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