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 중에는 시위 희생자 외 안병하라는 이름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권의 시녀'라고 불리던 경찰이었지만, 안병하 전남도경국장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며 '바른 경찰이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준 경찰로 평가받는다.

1979년 호남에 부임한 안병하는 부임 1년만에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직면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5월 16일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시위 수준이었던 것이 쿠데타 신군부 세력이 '경찰만으로는 치안 유지가 어렵다'라고 판단해 군부대를 투입을 요청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민간인 시위에 군인이 끼어들면 오히려 시민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 우려해, 안병하는 거부하며 경찰의 명예를 지킨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강력한 진압을 원했다.

그럼에도 안병하는 정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우발적인 총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들의 총기를 회수하기까지 이른다.

이러한 노력으로 5월 18일 이전까지는 시민과 큰 충돌이 없었으나, 5월 18일 당일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돼 시민을 상대로 총을 발포함에 따라 충돌은 발생했다. 하지만 충돌이 발생한 중에도 안병하는 부상당한 시민을 치료하고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주거나 새옷을 제공하는 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국방부에서 발행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군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공수부대 투입에 대하여 "주모자 체포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과 "가용수단을 동원한 엄중 처리", "최후의 1인까지 타격해서 체포"할 것을 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위 학생을 철저히 검거"할 것을 명령하면서도 "흩어지는 자는 너무 추격하지 말 것", "부상자가 발생치 않도록 할 것", "연행과정에서 학생의 피해가 없도록 유의"할 것을 경찰 원칙으로 전달했다.

그는 생전에 기록한 비망록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 경찰들에게 "데모 저지가 경찰의 의무"이지만 "희생자, 시민의 피해가 없도록"할 것이며 "시위자는 주동자만 검거"해야 하고 "경찰봉을 위험하게 휘두르지 말 것"과 "욕설하지 말 것" 등을 주문했다고 적고 있다.

이후 안병하는 신군부에게 완전히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결국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난 후 그는 체포됐다. 그는 보안사의 한 건물에 끌려가 '직무유기 및 지휘포기 혐의'로 보안사의 동빙고 분실에서 10일간 혹독한 고문을 받아야 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과 빨갱이 뒤집어씌우기가 시도될 법했지만,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전남도경국장을 그만 두며 쫓겨나게 됐다. 이때의 가혹한 고문 때문에 그는 후유증을 앓게 됐다. 거기다가 생활고까지 겹쳐서 힘든 인생을 살다가, 1988년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그해 광주청문회가 열려서 신군부의 만행이 고발되었지만,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민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