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조례 상정…3월 22일 시행
- 기존 일자리 등 경제부분 중시
- 문화·예술계와 갈등 해소 기대

부산시 보조금을 받아 축제를 개최하는 A 씨는 2015년 부산시 공무원 B 씨로부터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축제로 몇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A 씨는 다른 유사단체나 기관도 비슷한 내용의 통보나 공문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문화 행사를 여는데 일자리 창출 목표를 세우라고 해서 상당히 놀랐다. 몇몇 단체와 만나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B 씨는 "당시 보조금 규모가 큰 기관·단체에 일자리 창출 목표를 정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적이 있다. 문화 분야에서는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은 부산시 문화정책이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해다. 서병수 시장은 민선 6기 조직 개편을 하면서 문화관광국 업무를 행정부시장 소관 사무에서 경제부시장으로 바꿨다. 당시 18억 원을 투입한 경영진단 용역에 따른 것이었다. 일자리 시장을 표방했던 서 시장이 문화보다 관광에 중점을 두면서 문화관광국을 경제부시장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런 서 시장의 조직 개편이 불과 2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제부시장 소관 사무인 문화관광국 업무를 다시 행정부시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병진 문화관광국장은 최근 서 시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고, 시는 이와 관련해 본격적인 조직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다음 달 열리는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3월 22일부터 시행된다.

단순하게 보면 문화관광국 관할 부시장이 바뀌는 것이지만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문화예술과에서 근무했던 C 씨는 "경제부시장 관할로 바뀐 뒤 문화 정책의 최고 과제는 문화 융성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됐다. 정책을 수립할 때 일자리 창출이나 문화 산업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C 씨는 이어 "각종 국제 행사나 축제를 위해 고용한 단기 아르바이트 수를 일자리로 보고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가 문화에 경제 논리를 앞세우면서 문화·예술계와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까지 촉발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서 시장이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현장의 문화예술인을 찾아가는 '문화진담'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문화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청산 부산민예총 이사장은 "서 시장 취임 이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관할 부시장이 달라진다고 얼마나 변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경제 논리 대신 문화예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진 문화관관국장은 "조직 개편은 조금 더 문화·예술계와 소통하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