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허가 등 윗선 전달 가능성
- 구속 현기환 내일 첫 공판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에 연루돼 구속된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첫 공판이 20일 열린다. 검찰은 앞으로 공판 과정에서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법정에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엘시티 메모가 등장(본지 지난 18일 자 6면 보도)하면서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로 직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현 전 수석과 관련해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등장하는 문구가 어떤 의미인지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 포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현 전 수석과 안 전 수석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두 명의 청와대 전 수석이 모두 엘시티 사업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는 만큼 검찰 수사의 종착역도 청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판정에서도 엘시티 사업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는 검찰과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측이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핵심은 현 전 수석이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엘시티 민원'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도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엘시티 민원성 문구를 수사 초기에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2015년 7월 중·하순 쓰인 '해운대 LCT fund POSCO'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이 누군가로부터 엘시티 사업의 민원을 듣고 적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민원 전달자는 현 전 수석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해 계약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엘시티 시행사는 이후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검찰도 현 전 수석을 상대로 '엘시티 관련 민원'을 청와대 윗선에 전달했는지를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전 수석은 엘시티 사업을 주도한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 등으로부터 4억4000만 원 상당의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19일 구속기소됐다.

현 전 수석은 청와대 근무 때인 2015년 9월~지난해 6월 이 회장을 통해 술값 3160만 원 대납(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하도록 하고, 2011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계열사의 법인카드와 상품권 1억400만 원 상당을 받은(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보좌해 정치권·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치안·자치단체를 포괄적으로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엘시티 인허가나 PF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수뢰 혐의도 적용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