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우리는 할 수 있다' 강조
- 오바마케어·빈 라덴 사살
- 쿠바와 국교 정상화 등 해결
- 소통·인간적인 리더 면모 더해
- 8년 간 미국인에 선택 받아

지난 10일 퇴임을 꼭 열흘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했다. 2009년 1월 20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8년의 재임 동안 꾸준하게 국민의 지지를 받아왔다. 퇴임을 앞두고 무려 55%의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미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마친 뒤 1만4000여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1961년 8월 4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케냐 출신의 유학생인 흑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오바마는 흑인이 아닌 혼혈이지만, 스스로 '흑인'임을 인정해왔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오바마는 술과 담배, 마약에도 손을 대는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서 마약을 끊고 학업에 정진해 우수한 성적으로 컬럼비아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부터 사회운동에 참여해 시카고 빈민가에서 주민의 주거와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헌신하던 중 1988년 하버드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법조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로스쿨 학술지로 인정받는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 최초의 흑인 편집장으로 선출될 정도로 주목받는 예비 법조인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몸담았던 사회운동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가기 위해 법조인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오바마는 2004년 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 기세를 몰아 2007년 2월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투쟁을 선언한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변화(change)'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오바마의 선거 슬로건은 흑인뿐 아니라 백인들에게도 폭넓은 지지를 얻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의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며 2009년 1월 20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후 2012년 공화당 밋 롬니 후보와의 선거에서도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다.

■8년 간의 업적과 지지 비결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 전 입장권을 확보한 한 여성이 모자에 입장권을 꽂고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2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민의 선택을 받은 오바마. 오는 20일 열리는 퇴임식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하니, 미국민의 오바마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국민이 평가하는 그의 업적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모든 미국민에게 의료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바마 케어(Obama Care)'다.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의료보험제도로 인해 진료비가 저렴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민영의료보험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값비싼 진료비 탓에 가난한 이들에게는 병원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내 3200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한 것이 '오바마 케어'의 주요 내용이다.

9·11 테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성공도 미국민에게 인정받는 그의 대표 업적으로 평가된다.

한편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만 '최초'를 기록한 건 아니다. 54년 동안 적대적이었던 쿠바와의 국교를 정상화하고,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라는 국가가 오래전부터 안고 있던 과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와 '할 수 있다'라는 자신의 정치 슬로건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그 이면에는 자신의 옷을 적시면서도 비서진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백악관 직원의 아기와 다정하게 놀아주는 따뜻한 리더로서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국민은 떠나는 대통령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강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남게 될 오바마의 8년은 대한민국의 정치인에게도 큰 귀감이 되지 않을까?

박선미·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NIE 강사


# 생각해 볼 점

-국민에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가 강조한 '변화'와 '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은 어떠한 업적을 통해 어떻게 실현돼왔는지 한 줄로 정리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