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줄면 소비 감소 일반적
- 교육비는 오히려 증가 경향

-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
- 가구 당 사교육비 22만6576원
- 작년 같은기간 대비 6% 상승
- 가처분소득증가율의 6배

사상 최악의 '내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부진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꼽히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율이 1년간 소비자 물가지수 평균 증가율의 6배에 달하면서 상당수 가정의 사교육비 비중이 가처분소득의 10%까지 치솟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아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 가구(2인 이상)는 한 달 학원·보습 교육에 평균 22만6576원을 지출했다. 1년 전인 2015년 3분기(21만4492원)보다 6%가량 는 것으로, 증가율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 증가율 1%의 6배에 이른다. 아울러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증가율(1%)의 6배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교육비 지출이 소득 증가에 비해 월등히 많아지면서 가처분소득 중 학원·보습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4%에서 5.7%로 높아졌다.

부산지역도 사교육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초중고생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3만4000원으로, 2014년(22만7000원)에 비해 2.9%포인트 늘어났다. 증가율로만 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5.6%포인트 상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추세는 소득 증감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늘거나 줄지 않는 반면, 다른 주요 소비품목은 뚜렷하게 소득 수준과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이 6% 늘어나는 동안 ▷식료품·비주류음료 -4% ▷주류·담배 -1% ▷보건 -8% ▷통신 -3% ▷오락·문화 -1% 등 다른 소비는 일제히 줄었다. 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먹는 것, 입는것, 술·담배, 유흥 등 다른 소비에는 허리띠를 조으면서도 입시·취업을 위한 사교육비 씀씀이는 더 늘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계청의 발표대로 '월 22만7000원' 수준이라는 사교육비 지출 규모도 통계의 '함정'일 뿐 실제로 소득 수준에 따라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 소득 100만~200만 원 사이 가정의 사교육비 월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만5000원 정도였지만, 소득이 400만 원을 넘는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14배인 61만8000원이었다. 가처분소득 중 사교육비 비중도 소득 100만~200만 원 가정에서는 1.6%에 불과했지만 소득이 400만 원을 넘는 가계에서는 10%까지 치솟았다.

저소득층에서는 아예 사교육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반면 중산층 이상은 가처분소득의 10%를 사교육에 쏟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결국 소득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과 그 결과로 사회적 지위와 빈부의 세습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소비 증감률]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