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145만 가구 중 34%
- 1990년대부터 꾸준히 늘어
- 전체 가구 유형 중 1위 떠올라

- '다인 가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 각종 국가 정책·사회 시스템
- 혼자 살면 세금도 더 내는데
- 제대로 된 통계도, 지원도 없어

- '가족'에 대한 개념 재정립 통해
- 새로운 정책 체계적으로 짜야

'1인 가구 근로자에게도 연말정산 때 본인 외 인적공제 혜택을 주자. 월급을 줄 때도 가족수당 대신 싱글수당을 지급하자'.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피식 웃을 수 있겠다. "대가족 전통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게 자랑이냐" 또는 "갈수록 공동체가 붕괴되고 고독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막지는 못할망정 조장하자는 얘기냐"고 핀잔을 놓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1인 가구를 줄이려고 시행한 대책은 모두 실패했다. 이제 새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혼자 사는 이들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끌어안는 데서부터 대안 찾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중구 1인 가구가 밀집해 있는 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한 노인이 걸어가고 있다.

■혼자 사는 게 가장 흔한 사회

지난해 9월 7일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년 단위로 시행하는 이 조사에서 1인 가구(27.2%)가 사상 처음으로 전체 가구 유형 중 1위에 올랐다. 통계청 발표 다음 날 대다수 신문 1면을 장식한 기사 제목은 약속이나 한 듯 '나 혼자 산다'였다.

전국 가구의 20%를 표본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와 달리 전산에 등록된 전수를 집계하는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통계에선 오래전부터 1인 가구가 '대세'였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34.8%로, 한때 우리 사회 주류였던 4인 가구(18.7%)를 무려 16.1%포인트 앞질렀다. 행자부가 주민등록 인구 데이터베이스(DB)를 전산 처리한 2008년부터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제일 높았다.

1인 가구는 이제 더는 소수이거나 비정상적 가구 형태가 아니다.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동안, 1990년대부터 꾸준히 늘어 결국 사회의 주류이자 제일 흔한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가 일시적인 유형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할 대표성을 지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혈연 또는 공동체 중심의 대가족을 이상적 가치로 여기고, 혼자 사는 걸 마치 불경스러운 것처럼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혼자 살지 마라"며 '계몽운동' 하던 시절은 끝났다. 혼자 사는 게 어때서? 부산은 두 집 건너 한 집이 혼자인데.

■비중은 '메이저' 지원은 '마이너'

부산 역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민등록통계상 145만 가구 중 49만 가구(33.7%)가 1인 가구다. 그러나 우리 사회 시스템은 아직도 철저히 다인 가구 중심이다. 이 시스템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조만간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우선 3, 4인 가구에 맞춰진 공공정책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사회적 지원의 기초가 되는 중위소득(최저생계비)은 4인 가구가 기준이다. 4인 가구의 중위소득만 계산한 후 다른 가구 유형엔 가구균등화지수(1인 가구 0.37)를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높고 주거비·의료비 지출이 많은 사정은 반영되지 않는다.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을 정밀하게 따로 산정하는 건 어떨까.

연말정산 때도 1인 가구 혜택은 없다. 다인 가구 근로자가 배우자 부녀자 경로우대자 부양가족 같은 인적공제에다 자녀양육비 다자녀 등의 추가공제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1인 가구는 이런 불이익 탓에 사실상 '싱글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대회 때 발표된 '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세 부담률 차이 분석' 논문을 보면 1인 가구가 두 자녀를 가진 홑벌이 혼인 가구(4인 가구)보다 연간 79만 원의 세금을 더 낸다. 논문은 "1인 가구가 가장 대표적 가구 유형이 됐다는 점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1인 가구를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선해야 할 1인 가구의 불이익은 또 있다. 주택 청약 때 1인 가구 가산점은 최저 수준이다. 전세자금 대출도 1인 가구 신청자는 가구주의 나이가 25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1인 가구 근로자는 월급에 가족수당이 없다. 근로장려금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등 각종 통계도 대부분 기준이 2인 이상 가구다. 이 같은 통계를 활용한 정책은 1인 가구에 대한 배려가 이뤄질 수 없고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 개념부터 바꿔야

북유럽 등 선진국들은 1인 가구 확산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인정하고 오래전부터 대비했다.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 가구 비율은 미국 26.7%, 일본 30.6%, 노르웨이 39.9% 등이다. 유엔은 가구의 개념을 ▷1인 가구 ▷핵 가구 ▷확대 가구 ▷복합 가구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노르웨이는 1인 가구를 '한 개 가족으로 구성된 가구'로 정의한다. 프랑스는 가족과 가구를 분리해 통계를 제공한다. 스웨덴은 가구 유형을 아이가 없는 미혼, 1인 가구, 한부모 가구 등으로 세분화한다. 이들 국가는 이런 원칙에 따라 1인 가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구의 개념은 '2인 이상'에 머물러 있다. 가족정책의 근거가 되는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1인 가구는 언제나 소외당한다.

부산복지개발원 김보람 연구원은 "부산은 특히 노인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서울·경기처럼 1인 가구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 연구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류가 된 '나홀로 가구']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권혁범 김영록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