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행사·대자보 제한 삭제
- 두발·복장 과도한 규제 완화
- 자율성 제한·인권 침해 방지

전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부산 남구의 한 고등학교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3학년 A 양이 붙인 대자보에는 "지금도 학교 밖에는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민주주의의 촛불을 지켜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한 시간 만에 대자보를 뗐고, A 양에게 앞으로 대자보를 붙이면 징계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2015년 11월 부산의 또 다른 고교에선 여고생 4명이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학교 화장실 벽면에 집회에 같이 갈 친구를 모으는 메모를 붙였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했다.

앞으로는 학교장 허가 없이 외부 행사에 참여하거나 학내 게시물을 붙였다는 이유로 학교가 학생에게 인권을 침해하는 징계를 내릴 수 없게 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학생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는 공문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학교장의 허가 없이는 어떠한 단체라도 구성하거나 가입하지 못한다' 또는 '학교장의 허가 없이 외부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학칙을 삭제·개정하게 한 것이다. 현행법상 학교 규칙은 학생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제·개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자치활동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적이 낮거나 사회봉사 이상 징계를 받은 학생에 대해 임원 자격을 제한한 조항은 폐지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졸업예정자(초등 6학년, 중·고교 3학년)의 선거권을 제한한 내용도 개정하도록 했다. 또 겨울철 외투 규제와 같은 두발·복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휴대전화 장기압수 규정도 없애도록 했다. 국가가 발급한 이륜차 면허증을 획득해 타는 것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으며, 아르바이트 자체도 위법은 아니라고 봤다.

체벌규정과 관련해서는 체벌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훈계 방법 중 '체력단련' 활동으로 단체 기합, 벽 보고 서 있기 등은 아동학대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하도록 했다. 일부 학교가 징계 조치를 하면서 벌점을 동시에 부과하는 '이중 처벌'도 금지했다. 시교육청은 학교별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학교 규칙 컨설팅'을 시행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할 방침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