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항선착장서 바다백리길 따라
- 선유봉 오르는 4.8㎞ 3시간 코스
- 초입부터 만만치 않은 산행길
- 내려다보면 여자가슴 같은 두 섬
- 미인도 풍광에 고생 싹 잊혀
- 정상 오르면 섬 파노라마 절경

'산홋빛 바다가 비진도(比珍島)를 에두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노루여전망대부터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해안로 하산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때죽나무와 자귀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분포해 파도 소리와 함께 운치를 더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제공

경남 통영항에서 남쪽 뱃길로 40여 분 떨어진 섬, 비진도. 이름 그대로 보배와 비교될 만큼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다. 전국에 이름난 산홋빛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섬이기도 하다.

통영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비진도로 향하는 뱃길은 한산도와 오곡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을 구경할 수 있어 절대 지루하지 않다.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 두 마을로 연결돼 있다. 배는 먼저 내항에 도착해 손님을 내린 뒤 외항으로 향한다.

외항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풍광은 압권이다. 기다란 백사장과 산홋빛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감탄은 아직 이르다. 이 섬을 제대로 알려면 '비진도 산호길'을 탐방해야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관리공단이 통영의 6개 섬에 조성한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 중 으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비진도 산호길'은 산홋빛 푸른 바다가 비진도를 둘러싸고 있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사시사철 찾는 보석 같은 섬

이 길이 조성된 이후 섬을 찾는 탐방객은 급증 추세다. 이전만 하더라도 해수욕장을 찾는 여름에만 피서객이 집중했지만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겨울 바다를 만끽하기 위해 요즘 시기에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

비진도는 안섬과 바깥섬 등 두 봉우리가 둥글고 붕긋하게 솟아 있고, 두 섬 사이를 긴 사주(산홋빛 해변)가 이어주고 있다. 산호길은 외항 선착장에 도착해 바깥섬 봉우리인 선유봉(312m)에 오른 뒤 하산하는 4.8㎞ 코스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찾는 길은 간단하다. 외항 선착장에 내린 뒤 바닥에 적힌 파란색의 바다백리길 안내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외항 선착장에서 선유봉 정상까지 2㎞ 구간은 초입부터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오르막의 연속으로 절대 만만치 않은 코스다. 초입 등산로 좌우로 비탈지를 개간한 다랑이밭이 먼저 눈길을 끈다. 산행길은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곰솔(해송) 등 섬에 자생하는 수종에 대한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섬 생태를 익히기에도 좋다.

힘들다고 여길 때쯤 첫 번째 전망대인 망부석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이는 망부석바위는 콧날이 오똑한 여인의 옆얼굴을 연상시킨다. 옛날 선녀가 내려와 이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다가 바다로 나간 남자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기다리다 끝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포근한 어머니 품속 같은 섬

이곳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산호길의 최고 절경 감상 포인트인 미인도 전망대에 다다른다. 섬이 아름다운 비진도의 또 다른 이름이 '미인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색은 그야말로 영롱한 산호색이다. 그 풍광에 압도돼 지금까지의 고생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안섬과 바깥섬이 사주로 이어지는 절경이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두 섬을 연결하는 해변이 개미허리처럼 날씬하다. 마치 모세의 기적을 연상케한다. 왼쪽 해변은 은빛모래해변 오른쪽 해변은 몽돌해변으로, 그 주위는 온통 산호색이다. 가히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장관이다.

두 섬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여자의 '가슴가리개'와 닮은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비진도에 들어서면 어머니 품에 안기는 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6개 구간 중 5개 구간의 섬들이 보이는 풍광도 자랑한다. 이 같은 비경을 조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일기예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가끔 해무에 가려 비경을 감상하지 못할 때면 아쉬움이 못내 크다.

조금 더 올라가면 선유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 역시 올망졸망한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미인도 전망대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쪽빛 바다와 가파른 해안 절경

이후부터 노루여전망대까지는 산 중간을 관통하는 하산길이 이어진다. 노루여는 옛날 선유봉 일대에 노루가 많이 서식해 사람들이 산 위에서 노루를 쫓아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해 잡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부터 가파른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를 끼고도는 해안로가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모 음료회사 CF 배경으로 등장한 무인도 소지도가 보이고 곧 설풍치 해안절벽에 도착한다. 설풍치는 '눈바람 언덕'이란 뜻이다. 옛날 북풍한설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바다 위로 쑥 내밀었다고 전해질 만큼 비경이다.

하산길 왼편으로는 계속해서 바다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안로는 때죽나무와 자귀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분포해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탐방로의 운치를 더한다. 이어 조그만 암자인 비진암이 보이는데 이 일대는 수령이 오래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겨울에 방문하면 떨어진 동백꽃이 바닥을 붉게 수놓은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여기부터는 산호길의 막바지로, 외항 선착장까지 걷기 좋은 평탄길이 30분간 펼쳐진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김아름 씨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발아래 펼쳐지는 비진도 산호길을 탐방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비진도로 가는 배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11시, 오후 2시30분 등 세 차례 운항한다. 돌아오는 배는 비진도에서 오전 9시30분, 오후 1시50분, 5시에 출발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