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10월29일부터 광장 집결
- 부산 2000명서 22만 명 매주 급증
- 세 차례 대국민 담화마다 더 확산
- 평화롭게 질서있는 축제로 진화

- 오늘 쥬디스 태화 등 7차 예정
- 시민단체 국민운동본부 출범

촛불은 바람 앞에서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올라 '촛불 혁명'을 주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었다. 촛불을 손에 든 집회 참가자가 6주 만에 2만 명에서 232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 자체가 정치권에 탄핵안을 가결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부산에서도 2000명에서 시작한 촛불집회 참가자가 22만 명으로 늘어 더는 바람으로 끌 수 없게 됐다.
촛불이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29일.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박 대통령은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더 꼼꼼하게 챙기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때문에 서울 청계 광장에 2만여 명, 부산 부산역 광장에 2000여 명 등 성난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한 번 불이 붙은 촛불은 들불로 번졌다. 지난달 5일 2차 주말 집회에는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몰렸고, 부산에서도 100여 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해 촛불 집회가 본격화됐다. 이날 부산 집회에는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3차 주말 집회 '민중총궐기'는 서울 광화문에 100만 명을 모아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집회로 기록됐다. 부산 시민 2만여 명이 광화문으로 갔지만 부산 집회 참가자는 5만 명으로 불었다. 촛불이 전국을 휩쓸면서 지난달 26일 5차 주말 집회에 190만 명, 지난 3일 6차 주말 집회에 232만 명이 참가해 '하야가'를 외쳤다. 특히 부산에서는 4차 주말 집회에 10만 명이 몰려 중앙로를 가득 메웠다. 이 때문에 5차 주말 집회부터는 주최 측이 중앙로를 집회 장소로 신청했고, 경찰도 사상 처음으로 이를 허용했다. 이후 5차 15만 명, 6차 22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박 대통령이 촛불에 담긴 민심을 거스를 때마다 촛불은 더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조사를 거부해 촛불을 광장으로 불렀다. 또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3차 담화를 발표해 정치권이 혼란에 빠지자 강력한 촛불의 힘이 '질서'를 바로잡았다.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부산운동본부는 10일 오후 6시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7차 주말 집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이날 처음으로 행진 목적지를 연제구 거제동 부산지검으로 잡았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하루빨리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민의의 표현이다.

전국 각지에서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운동본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6월 항쟁'을 주도해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듯, 박 대통령 퇴진 후 새로운 사회 건설을 주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종민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6월 항쟁 때는 대통령 직선제 관철 염원 하나로 뭉친 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흩어졌다"며 "이번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 후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운동본부를 출범시킨다"고 설명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