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 동서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매서운 날씨를 뚫고 사상구 주례 일대에 사는 홀몸어르신 35명이 동서대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2016 동서대 새로미 총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장수사진을 찍고, 간단한 다과를 들며 담소를 나눴다.

이날 어르신들이 찍은 장수사진은 나중을 대비하는 영정사진이다.

동서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6월부터 대학 근처 홀몸어르신들에게 손수 포장한 도시락을 매주 1회 직접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미는 해당 사업의 규모를 키워 이어받았다.

도시락 배달에는 월 2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데, 배 회장은 다수 학우들의 동의를 얻어 이 비용을 학생회비로 충당했다.

이날 장수사진을 또한 동서대 졸업사진 촬영 업체의 도움을 얻어 저렴하게 찍었다.

"처음엔 100분으로 시작했는데...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이제 85분만 남아계시네요."

올해 총학생회 배상민 회장의 말이다.

배 회장은 "남아계신 분들의 의향을 물어 사진을 찍겠다는 분들은 학교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며 어르신들과 교분을 쌓아왔지만, '장수사진'이라는 이름의 영정사진을 찍자고 말을 건네는 것도, 또 모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배 회장은 "'찍어둬도 나중에 챙겨줄 자식도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설득에 응해주신 분들도 계셨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이미 선출된 차기 총학생회에도 도시락 배달 사업을 이어줄 것을 요청했고,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게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직접 집앞으로 나와 손주 같은 학생들의 도시락 배달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배 회장은 "갈수록 사회가 어렵고 살림살이도 넉넉잖지만, 적은 돈이나마 보람있게 사용할 수 있었던 듯하다"며 "올해 만큼 자주 뵙진 못하더라도 어르신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