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이진복 의원 계좌추적
- 또 다른 의원 2~4명 연루설

'이영복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을 직접 겨냥했다. 현기환(57·구속)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고리로 새누리당 이진복(59·부산 동래)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국제신문 DB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엘시티' 비리 의혹의 몸통인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과 현 전 수석이 30억 원가량을 직접 거래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앞서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 원 이상을 포함해 수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1일 현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 외에 또 다른 중대 범죄 혐의의 단서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으로부터 30억 원대의 수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회장이 지배하는 법인 계좌에서 나온 수표가 현 전 수석을 거쳐 현 전 수석의 지인들에게 건너간 흔적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 전 수석은 "지인의 사업자금 융통을 위해 이 회장을 소개해 금전 거래가 되도록 한 것이다.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금전거래를 중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진복 의원과 주변의 계좌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보좌진을 통해 취재진에게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검찰의 계좌 추적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엘시티 사업과는 무관하다. 어떠한 역할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계좌 추적은 강제 수사가 아니라 통상 내사 단계로 분류된다. 현역 의원이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시공사 선정과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과정에서 또 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 2~4명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온다. 또 이 회장에게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가 있는 현 전 수석이 다른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이 회장을 소개했을 가능성도 수사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검찰은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을 통해 또 다른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거나 직접 개별 접촉해 금품 로비를 했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피의자의 진술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