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에 깊숙이 개입하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친박 핵심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현 전 수석은 부산의 한 호텔에서 두 차례 자해하는 바람에 왼쪽 손목 인대가 손상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있다. 이로써 검찰의 수사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 전 수석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전 수석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알선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에게서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에게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했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사람에게 적용된다.

현 전 수석이 포스코건설을 엘시티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하거나 엘시티 시행사가 1조7천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 데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다.

현 전 수석은 또 18대 국회의원일 때 이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방법 이외의 수법으로 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현 전 수석은 30일 오전 1시께 부산 부산진구 모 호텔 17층 객실에서 커터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어 비교적 가벼운 상처가 났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객실 안 욕실에서 같은 곳에 다시 자해해 길이 7㎝, 깊이 1㎝가량의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현 전 수석은 손목 인대가 손상돼 수술을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이 욕실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수행원이 오후 6시 30분께 문을 열고 들어가 피를 흘리고 있는 현 전 수석을 발견했다. 당시 욕실 바닥과 욕조에는 피가 흥건했다.

수행원은 곧바로 호텔 프런트에 전화했고, 지하 1층에 있던 간호사가 급히 17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 있는 현 전 수석을 발견해 지혈한 뒤 붕대를 감는 등 응급처치를 했다.

이때 현 전 수석은 의식이 있었으며 상태를 묻은 간호사의 질문에 정상적으로 대답했다.

현 전 수석은 이어 호텔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으며병원으로 이송됐다.

현 전 수석이 묵은 호텔 방 테이블에는 양주병과 맥주병이 다수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검찰은 애초 다음 달 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현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할 계획이었지만, 현 전 수석의 자해로 수사일정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는 별 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