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항쟁 주도 세대도 다시 나와
- 대형 멀티플렉스 토요일 관객 뚝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민의 시곗바늘도 바뀌고 있다. 토요일은 '광장에서 만나는 날'이 됐다. 평일에도 잠시 촛불을 들었다가 귀가하는 직장인이나 군중 속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26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부산시국대회'의 사회자가 "주말에 좀 쉬자. 제발 박근혜는 방 빼라"고 선창하자 폭소가 터졌다. 주 중에 쌓인 피로를 씻거나 가족 나들이를 하던 저마다의 '주말 사용법'을 뒤로하고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구호였던 까닭이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 남짓. 회식 대신 집회장에 나오는 넥타이부대부터 아이를 무동 태우고 행진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일상의 풍경이 됐다. 대표적인 여가 수단인 부산의 대형 영화관들도 촛불집회에 관객을 빼앗긴 모양새다. 27일 멀티플렉스 영화체인 L사에 따르면 이달 4번의 토요일에 영화를 본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줄었다. 토요일보다 시국집회 규모가 작은 일요일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부산시국대회가 열리는 서면의 영화관은 토요일 관객 수가 지난해보다 28%나 줄었다.

연인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김동근(29) 씨는 "지금과 같은 시국에 영화를 보고 차 마시는 데이트를 하려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을 주도한 40대와 50대도 촛불을 든 주역이다. 이들을 집회로 이끄는 힘은 다음 세대에 가진 부채의식이다. 서면 인근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정재홍(57) 씨는 직장 동료 9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회식 자리에서 간단한 식사로 마무리하고 시국대회에 참가하기로 의견이 모인 덕이다.

경남 진주시에서 온 쌍둥이 엄마 임미경(여·38) 씨도 마찬가지다. 원래 경남 함양에 사는 언니네 가족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대신 촛불 집회에 나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