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의뢰인에게 판사 로비자금 명목의 거액을 받은 혐의로 송치된 전관 출신 유력 변호사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산지검 형사2부(유병두 부장검사)는 22일 담당 판사와 친분을 언급하면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 중부경찰서가 불구속 송치한 A(48·사법연수원 31기) 씨의 사건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종결 처분했다.

A 변호사는 지난 5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항소심 사건을 수임했다. 검찰 수사 결과 피고인 측은 A 변호사와 착수금 1000만 원에 성공보수 7000만 원(집행유예 기준)의 수임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자 A 변호사에게 먼저 준 4000만 원이 담당 재판장에게 제공될 명목 또는 교제비 명목이었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제보를 바탕으로 A 변호사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긴급체포했다.

반면 검찰은 다음 날 새벽 A 변호사를 석방했다. 형사소송법의 긴급체포 요건을 절대적으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불승인 사유였다.

경찰은 이후 피고인 측이 제공한 녹취 등을 바탕으로 A 변호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 변호사가 피고인 측에게서 성공보수 4000만 원을 포함해 5000만 원을 받은 것은 확인됐지만 담당 판사에게 제공한다든가 교제비 명목으로 사용한다고 미리 4000만 원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A 변호사가 담당 판사 교제비 명목으로 피고인 측이 제공하는 500만 원의 수령을 극구 거부했던 점도 주목했다. 피고인 측이 A 변호사에게 착수금 등 제공한 돈 전액을 돌려받기 위해 협박하기로 했던 점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변호사법의 '연고 관계 등 선전금지' 조항(제30조)에 따라 A 변호사의 징계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사건 수임 때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