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복지부 "이자도 소득"
- 불어난 80여만 원 1년간 깎아
- "저소득층 자활의지 꺾어"

"라면 먹으면서 모은 돈을 이렇게 뺏아가도 됩니까. 기초생활수급자는 저축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

부산 북구 구포동에 사는 A(60) 씨는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생계 급여 49만3000원을 받는다. 심근경색에 협심증·당뇨까지 겹쳐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의 집은 월세 1만3700원인 3평 반(11.5㎡) 남짓한 매입임대주택이다. A 씨는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2년 11월 B은행이 출시한 '저소득층 희망가꾸기적금'에 가입했다. 기본 이율에 연 2.5%를 더해 연 6.4%의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A 씨는 10일 "생계급여의 절반이 넘는 월 25만 원을 납입했다. 수도요금·전기료·식비를 아끼며 넣었다. 배고플 때는 해약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만기일을 채운 A 씨는 은행으로부터 원금 900만 원과 이자 88만7917원을 받았다. 이자에 대한 소득세 7만9910원도 납부했다. A 씨는 자신의 꿈인 공인중개사 개업을 위해 악착같이 모은 목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지난달 A 씨를 허탈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북구가 A 씨의 수급액을 월 6만3910원씩 12개월 동안 깎는다는 안내문을 보낸 것이다. '사회보장 급여 확인조사'에서 이자소득이 발견됐다는 게 이유다. "3년간 이를 악물고 넣었던 적금 이자 대부분을 빼앗기게 됐습니다. 저에게 80만 원은 엄청나게 큰돈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년도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자소득(월 1만 원 초과)을 생계급여에서 차감하는 제도가 올해 3월 도입됐다. 기존에는 2000만 원 이상 이자소득을 주로 급여 평가에 반영했다. 2000만 원 이하는 자진신고할 경우만 반영했다. 복지부는 "감사원이 2013년 감사에서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2000만 원 이하 이자소득도 적극적으로 급여 평가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금융기관에서 기초수급자의 이자소득 자료를 받아 급여에서 차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급여에 의존하는 수급자들이 이자를 받기 위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회복지공무원 C 씨는 "기초수급자는 돈을 모으지 말라는 것과 같은 처사다. 최근 A 씨와 비슷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위해 역마진 상품을 내놓은 B은행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자가 정부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B은행 상품에 가입한 기초수급자만 200여 명에 이른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감사원과 복지부 모두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측은 "금융소득을 숨기는 부정수급자와 A 씨의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