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트 대형화로 무게 감당 못해
- 차 크레인 쓰다 침몰사고 나기도
- 반쪽짜리 해양레포츠시설 비난

부산의 해양레포츠를 대표하는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의 선박용 크레인이 30년 전 설치된 노후화 장비로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반쪽짜리 요트장'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수시로 외부에서 비고정형 크레인 차량을 동원해 선박을 옮기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영만요트장의 30년 된 선박용 크레인이 녹슨 채 방치되고 있다. 국제신문DB

26일 수영만 요트경기장관리사업소(이하 요트사업소)는 요트경기장 내 고정형 크레인 3기가 1986년 요트경기장 설립 당시 설치돼 현재 선박을 옮기는 데 사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30년 전 설치 당시에는 5t 무게의 선박까지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점점 요트가 대형화하면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 크레인을 사용할 수 없어서 요트를 옮길 때 외부 크레인 차량을 동원하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차량 크레인은 땅에 고정된 크레인보다 지지력이 약해서 작업 과정에서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실제 지난 18일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차량 크레인을 이용해 바다로 옮기던 10t 규모 요트가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서 바다에 빠져 침몰했다.

요트사업소에 따르면 현재 요트경기장에는 520여 척의 선박이 계류 중이다. 이 중 80%가량이 5t 이상 선박으로 추정된다. 기존 크레인이 5t까지 요트를 감당한다 해도 연료 등의 무게를 감안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지역의 한 요트업계 관계자는 "요트장에 요트를 옮길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요트 이동이 안 돼 150여 척을 댈 수 있는 육상 계류장은 아예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지난 2007년 요트경기장 재개발 발표 이후 요트사업소가 시설 유지에만 급급해 필수 장비 구입에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개발 사업은 부산시와 사업시행자 간 이견으로 지난 3월 사실상 무산됐지만 요트사업소 측은 '재개발까지 일체의 시설투자가 허용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7월 개인사업자의 요트 대여 등을 허용하는 마리나항만법 개정안을 시행해 해양레포츠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수영만요트경기장은 시설 문제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