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찰이 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집행하려 서울대병원에 들이닥쳤다 물러난 가운데, 사태를 목도한 국회의원과 현장을 지켰던 언론인 사이에서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신부와 수녀들은 대문을 지켰고, 시민들은 마당과 복도를 지켰습니다. 학생들은 영안실 앞에서 쇠사슬로 묶고 누웠습니다. 그제서야 경찰이 물러났습니다."

현장을 지켰던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상황과 함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을 막아선 시민의 사진을 올렸다.

이날 오전 10시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경찰들과 함께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이처럼 장례식장 앞을 지키고 선 시민들에게 쫓겨나듯 철수해야 했다.

고인의 딸 백도라지 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한 경찰을 (아버지와) 만나게 하고 싶겠느냐"며 "우리가 만나기만 해도 유족과 협의했다고 명분을 쌓고 부검영장을 강제집항하려는 꼼수인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경찰의 상식 밖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법원이 유가족과의 협의를 전제로 영장을 발부한 것은 유가족 뜻을 존중하라는 의미"라며 "유가족은 누차 부검 반대 의사를 단호하게 밝혔다. 유가족 뜻을 거스른 영장 집행을 추진한다면 멍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현장을 지킨 주 기자가 '누나'로 부를 만큼 뜻이 잘 맞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심 대표는 또 "경찰의 불법적인 영장 집행을 단호히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경찰이 지난 23일 "'오늘은' 물러나겠다"고 말했던 만큼 24일에도 영장집행 시도가 있을 것으로 관측돼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앞서 법원은 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발부하며 유가족과 합의하에 집행하라는 예외적인 단서를 붙여 눈길을 끌었다.

부검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25일까지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