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무무관 100만 원 초과 위법'
- 사하경찰서, 법 악용여부 수사
민원인이 부산의 한 공공기관 간부를 만나 100만2000원이 든 봉투를 몰래 놔두고 간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된다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악용 사례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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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부산대 병원에 청탁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 사하경찰서는 21일 한 공기업에 돈뭉치를 두고 간 민원인 A 씨를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7일 부산 사하구에 있는 공기업을 찾아 B 씨와 민원 상담을 했다. A 씨는 돌아갈 때 자신이 앉았던 탁자 아래에 100만 원권 수표 1장과 현금 2000원이 든 봉투를 두고 갔다. 뒤늦게 봉투를 발견한 B 씨는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A 씨는 "그럴 리 없다"고 부인했다.
B 씨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돈을 수상히 여겨 다음 날 가까운 지구대에 신고했다. 경찰이 돈 봉투 속에서 발견된 수표 번호를 조회한 결과 주인은 A 씨였다. A 씨가 왜 돈 봉투를 두고 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하경찰서 이용우 수사과장은 "공공기관에서 발견된 돈은 100만 원을 초과하므로 돈주인과 직원의 직무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러나 경찰에 습득물 신고를 한 직원은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공기관 직원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을 받는 김영란법 규정을 노려 악의적으로 돈 봉투를 두고 갔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또 A 씨에게 김영란법 위반이나 뇌물공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에서 김영란법 사건은 이달 초 '공무원이 부정한 금품을 수수했다'며 동료 공무원이 서면으로 신고한 사례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경찰이 위반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나선 것은 첫 사례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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