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신용 조끼만 순찰차 내 2개
- 보호장비 없이 현장출동 일상

- 국내 사제·엽총 늘어 사각지대
- 2년간 총기사고 19건 11명 사망

서울 오패산터널 사제총 난사 사건으로 경찰관이 희생된 가운데 부산에서도 경찰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경찰관들이 방탄복도 없이 위험과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폭행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사제 총에 맞아 숨진 김창호 경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경찰관이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본지 취재결과 부산경찰청 산하 파출소·지구대 92곳에 비치된 방탄복은 한 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556명의 지구대·파출소 근무자가 총기 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방검 기능을 하는 호신용 조끼만 2인 1조로 근무하는 순찰차에 2개씩 비치돼 있을 뿐이다. 방탄복은 타격대를 비롯한 작전부대에만 지급된 상태다.

지난 19일 오패산터널 입구에서 성병대(46) 씨가 발사한 총탄에 숨진 김창호 경감도 방탄복은커녕 별다른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총기 사건이 적다는 이유로 방탄복이 아닌 방검복만 지급돼 왔다.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시에서 재산권 문제로 다툼이 벌어진 가정집에 출동한 이강석 경감이 엽총에 맞아 순직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 경감 사건을 계기로 방검·방탄 기능을 겸한 신형 호신용 조끼 도입 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부족 탓에 완전 보급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총기 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에 따르면 2014~2015년 19건의 총기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8월 현재 등록된 총포는 13만9080정에 달한다. 사제 총기 제작법 역시 유튜브나 인터넷에 수천 건이 떠돌고 있다.

김 경감을 살해한 성 씨도 검거 당시 직접 제작한 총기 17정을 지니고 있었다. 성 씨는 인터넷에 공개된 사제총기 제작 동영상 등을 통해 총기 제작법을 익힌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에는 강원도에서 엽총의 총열을 분리해 개조한 총기로 내연녀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총기 사용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경찰은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고 있을 경우'에만 경고 없이 총을 사용할 수 있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총기를 사용하려면 총기 외 다른 범인 제압 수단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총기 사용에 따른 소송에서 패소하면 배상도 해야 한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의대 최종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사제 총기를 만드는 법이 떠도는 등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의 안전을 위해 장비 점검과 최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호걸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