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더는 못참아"  항의집회

"오늘 나하고 언니하고 엄마는 집에 물이 들어와 수건으로 물을 닦아냈어요." 태풍 '차바'가 부산을 휩쓸었던 지난 5일 동래구 명륜6구역 재개발 예정지에 사는 A (7) 양의 그림일기 내용이다. 일기에는 온 가족이 물을 퍼내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수십년 노후 건물이 산재한 이곳 주민들에게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집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빗물을 닦아내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명륜6구역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의 과밀화를 이유로 1년이 넘도록 해당 지역 교육청의 재개발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심각한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주민은 앞서 재개발을 진행한 인근 지역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통학구 재조정으로 사업 승인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동래교육지원청이 현실성 없는 학교 신설만 주장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 854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명륜6구역 주민 100여 명은 급기야 19일 동래구 이진복(새누리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동래교육지원청의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 주민은 "이 의원이 명륜초등학교 과밀화에 대한 민원을 의식해 일부 학부모에게 학교 신설을 약속하는 바람에 교육지원청도 학교 신설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지원청이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재개발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기관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앞서 명륜5구역(명륜힐스테이트)과 명륜4구역(명륜자이) 등은 교육지원청에 신설 학교 대신 통학구 재조정을 통해 사업승인을 받아냈는데, 유독 명륜6구역의 경우에만 학교 신설을 요구하면서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륜6구역 재개발은 관할 교육지원청의 승인이 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상태다. 교육지원청은 최근 이 일대 신축 아파트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명륜초등학교가 과밀화돼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산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학생 수는 22.5명이지만, 명륜초는 35.8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학교 신설을 위한 교육부의 중앙재정투융자심사를 번번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이 동래교육지원청에 학생수 감소추이를 감안할 때 초등학교 추가 신설은 불가하며, 대안으로 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분산배치하는 통학구 조정 방침을 시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일선 교육지원청이 여전히 학교 신설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민원성 압력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조만간 교육부의 재정투자심사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어서 학교 신설 여부는 가부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