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청 공사 중이란 이유
- 복구비 국비 배정 못 받아
- 구 "수십억 든 백사장 유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해안가에 설치한 시설물(돌제)이 이달 초 태풍 차바로 인해 파손됐지만 복구 예산 전액이 삭감되면서 백사장 모래 유실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 유실 등을 막기 위해 설치한 돌제가 19일 태풍 '차바'로 파손된 채 놓여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9일 부산 해운대구청과 지방해양수산청(해수청)에 따르면 미포에 쌓은 돌제 120m 가운데 바다 쪽 30m가 파손된 상태다. 돌제 상부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차바'의 습격 때 뒤집히거나 유실됐기 때문이다. 현재 돌제 입구에는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 있다.

미포 돌제는 해수청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해운대 연안정비사업(국비 436억 원)의 하나로 건설됐다.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돌제뿐 아니라 ▷양빈(모래공급) 62만㎡ ▷잠제 380m ▷유실방지공 45m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방지하자는 게 취지다.

해수청은 파손된 돌제 복구를 위해 내년 국비 8000만 원을 신청했으나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해운대 연안정비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복구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수청 관계자는 "규정상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물은 복구 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다"면서 "해운대 연안정비사업 내용 중 돌제 건설은 이미 끝났으나 전체 연안정비사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제 복구 비용이 편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을 관리하는 해운대구는 비상이 걸렸다. 돌제 파손으로 인해 지난 4년간 수십억 원을 투입한 모래가 유실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손된 돌제가 복구 전까지 흉물로 방치되는 것은 물론 돌제로 들어가 낚시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돌제는 이미 완성된 시설인데 전체 연안정비사업 공정에 묶여 복구 비용이 삭감된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높은 만큼 국비 배정이 안 되면 항만청 자체 예산으로 복구를 서둘러 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