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사이에 떠도는 신조어를 29일 발표했다. 절망적인 취업난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진. 연합뉴스

학점과 토익만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세대가 '오스트랄로스펙쿠스'라면, 요즘 구직자들은 '호모인턴스'로 내몰렸다. 학점, 토익뿐 아니라 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 반복하는 세태를 일컫는 용어다.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학점, 토익, 학벌 등이 '취업3종세트'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자격증과 어학연수가 추가되며 '취업5종세트'로 진화했다. 급기야 공모전, 인턴, 봉사활동, 성형수술까지 포함한 '취업 9종세트'까지 등장했다.

인턴 경험이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부장만큼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턴을 뜻하는 '부장인턴'이라는 말이 구직 인터넷 카페 등 커뮤니티에 확산하고 있다. 양극화 세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금수저와 흙수저같이 '금턴'과 '흙턴'으로 나뉜 것이다. 금턴은 인맥 등 이른바 '백'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자리를 뜻한다. 흙턴은 일을 배우지도 못하고 복사 등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대학가 문화도 취업난을 반영, 급격히 바뀌었다.

'동아리 고시'라는 말이 생겼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소문난 동아리는 경쟁률이 고시에 버금가는 현상이다. '화석 선배'는 취업까지 졸업을 미루느라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선배들이다.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던 '혼밥'족은, 극심한 취업난에 누군가와 밥 먹느라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대학생 사이에서도 유행이다.

'밥터디'도 있다. 밥 먹으면서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와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같은 표현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대2병', '사망년'까지 등장해 취업난에 스트레스를 받는 연령대가 낮아졌다.

대2병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중2병'과 정반대 증상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빗댄 표현이다.

사망년은 스펙 준비에 고통받는 대학교 3학년 시기다.

이외에도 자기소개서 공포증에 시달리는 '자소서포비아', 전체 4~5개 전형으로 이뤄진 기업 공채 중 서류전형 합격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는 '서류가즘' 등이 현 세태를 풍자하거나 자조하는 청년 사이에 쓰이는 말이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