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사회로 가는 초석이냐, 내수 악화의 칼날이냐'.

시행 초기부터 사회 각계의 반발을 샀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된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와 언론계 교육계는 일찌감치 몸 사리기에 들어갔으며, 직격탄을 맞은 유통가와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졌던 과도한 접대문화가 개선되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 관행이 근절되며 청렴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적용 대상 인원은 400만 명에 달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사회와 교육계 언론계는 법 시행 전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외부와의 약속을 줄이고 상대와 음식값을 똑같이 나누는 '더치페이'를 하려는 등 적응기에 들어갔다. 부산시 고위 간부는 "10월 한 달은 가급적 직원과의 식사 외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외부 인사가 찾아와도 사무실에서 차 한잔하고 업무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괜히 구설에 올라 첫 타깃이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산계와 고급 음식점, 유통업체, 골프장, 유흥업소 등이 소비 위축의 불똥을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관련 매뉴얼이 완벽히 마련된 것이 아니어서 법 해석을 두고 사회적 혼란이 빚어지거나 사법권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법 시행 초기에는 과도한 법 적용으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은 전담 수사관을 지정하고 매뉴얼을 공유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부산지검은 감찰 담당 정승면(49·연수원 26기) 형사1부장검사를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지정했고, 형사1부에 전담 검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고법과 부산지법 부산가정법원도 기획법관을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지정했다. 법원행정처는 '청탁금지법 태스크포스'를 꾸려 과태료 부과 기준 지침을 만들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수사1과와 각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을 전담 부서로 하고 서류 신고에 따른 대처와 수사 요령을 교육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는 각종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신고 유형을 보고 상황에 따라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송진영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