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금 후 주소만 주면 택배 배달
- 오·남용 강간 등 범죄 악용 우려

의사 처방 없이 마약 성분의 약물을 SNS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데이트 강간에 악용될 수 있는 물뽕(GHB)도 무분별하게 거래돼 '한국=마약 청청국'이란 지위도 위태롭다.

기자가 온라인 사이트 광고글에 올라온 SNS 메신저로 마약류 약품의 구매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가 약물 사용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5일 기자가 '클럽 작업제 초강력 물뽕' 광고글이 올라온 한 온라인 블로그에 접속했다. 광고에 나와 있는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하자 판매책은 "마약 성분은 24시간 이내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돼 들킬 염려가 없다"며 "계좌에 30만 원만 입금하면 다음 날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SNS로 마약류를 구매한 수십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25일 마약류를 불법으로 산 혐의(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K(38) 씨 등 6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K 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온라인 사이트에서 최음제와 수면제 등을 20만~40만 원에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K 씨 등은 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마약류를 거래했다. 경찰에 따르면 과거에는 마약 유통에서 직접 거래가 많았지만 3~4년 전부터 SNS를 통한 판매가 많아졌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택배 발송지도 수시로 바꿔 추적이 어렵다.

경찰 조사 결과 마약류 구매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거주지와 직업군의 쏠림도 없었다. 20대 후반 A 씨는 3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관계가 소원해지자 온라인 사이트에서 최음제를 구매했고, 아내와 권태기에 접어든 40대 B 씨는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접하고 SNS로 약을 샀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이태웅 본부장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호기심에 마약류를 사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이 검거한 마약사범(마약류·대마·향정신성의약품) 가운데 마약류사범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11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19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마약류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 약물 부작용이나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부서 박정배 강력1팀장은 "의사와 상담해 검증된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호기심이나 잘못된 정보를 믿고 마약류를 구매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김봉기 기자 jnmin@kookje.co.kr

◇ 마약사범 검거 현황 (단위 : 명) 연도 마약류 대마 향정 총 인원 2015년 1월~8월 11 13 370 394 2016년 1월~8월 19 18 459 496 ※자료 : 부산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