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69) 씨가 25일 오후 2시15분께 숨졌다. 백 씨를 치료해온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이날 급성신부전으로 백 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서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백남기 씨. 사진-연합뉴스

이날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지 317일째 되는 날이다. 백 씨는 전날까지 이뇨제를 투약해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수혈·항생제투여·영양공급 등을 할 수 없어 혈압이 계속 떨어지는 등 위독한 상태였다.

백남기대책위는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백 씨의 부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1차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는 경찰이 청와대 방면 행진 차단을 위해 설치한 차벽에 밧줄을 연결해 잡아당기면서 넘어뜨리려 했다. 백씨는 이날 오후 6시56분께 시위대가 경찰 차벽에 연결시켜 놓은 밧줄을 잡아당기던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뒤로 넘어졌다.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백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이른 뒤 사망했으므로,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백씨가 중태에 빠진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대책위)를 꾸리고, 백씨의 부상 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장기농성을 이어왔다.

또 위험한 줄 알면서도 물대포 살수를 강행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라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가와 강 전 청장을 상대로 2억4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검찰 측은 백 씨에 대한 부검을 요구했다. 경찰 역시 백 씨의 부상이 물대포 살수와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백씨 사건은 이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야권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 강 전 청장에게 과잉진압 인정과 백씨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강 전 청장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서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