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 "최대 지진 산출 우선
- 그 뒤 재설계나 폐쇄 뜻 모아야"
- 한수원 "당장 중단 없다" 맞서

지난 12일 경주 지진으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면서 원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울산 울주 신고리 원전 3·4호기(오른쪽) 옆에 위치한 5·6호기 건설 현장. 국제신문DB

고리·신고리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강도를 산출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할 때까지만이라도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3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5·6호기 부지에서는 발전소 본관 기초 굴착공사가 한창이다. 이곳과 인접한 양산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장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지진특성 분석에 따라 양산단층이 부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성 단층으로 확인될 경우 안전성 평가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약 1조 원의 매몰 비용과 계약분쟁으로 국가적 손실뿐 아니라 원전 수출국으로 국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학계에서도 양산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경대 김영석(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420회가 넘는 여진 분포를 분석해 봤을 때 양산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양산단층뿐 아니라 울산·일광단층도 정밀조사를 하고, 그 위에 세워진 원전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성단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분석하는 최대지진평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그동안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중단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지진 안전성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후 원전이 지진에 취약한 만큼 고리1호기 폐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역시 중단하고 내진성능을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는 "경주 지진으로 수동정지한 월성원전에서 사흘간 삼중수소 농도가 최대 18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그동안 지진 경험이 없어 안전장치를 갖추고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비용 탓에 가동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질타했다.

환경·시민단체는 다음 주 신고리5·6호기반대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내달부터 1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