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시설 856곳 시공 시급
- 내년도 예산 175억 미반영
- 정부 내진율 9%P 상향 방침
- 지자체에 책임 떠넘기기만

최근 영남권에서 대규모 지진 발생이 잦아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노후된 공공건축물의 내진보강 지원을 외면해 '안전 불감증'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부산시가 내년 국비 지원을 요청한 내진보강 사업비를 전액 반영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공공건축물 내진보강을 지자체의 예산으로 시행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는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사업비 총 3208억 원(국비 50%·시비 50%) 가운데 내년도 국비 신청액 175억 원(89개소)이 전액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지역 공공시설물 856곳의 내진설계를 보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강인 규모 5.8의 지진을 비롯해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강진 때 부산 전역에서 진도 3의 지진동이 감지됐고, 지난 7월 울산 동쪽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 때도 진동이 전해져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부산이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후 도로 교랑, 터널, 도시철도 역사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국민안전민관합동회의에서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2단계(2016~2020년) 계획에 따라 지역별 지진 위험성을 고려해 현재 40.9%인 내진율을 2020년까지 49.4%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시의 내진보강 국비 지원예산은 한 푼도 반영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이날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공공건축물 내진보강은 각 지자체에서 지방비로 시행하라고 밝혔다.

시가 지난해 10월 벌인 공공시설물 내진실태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대상 1645곳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330곳에 그쳤다.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1315곳 중 평가 결과가 양호하거나 내진보강이 시행된 459곳을 제외한 856곳은 내진보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시 김영철 시민안전실장은 "공공건축물 534곳을 제외한 구포대교나 도시철도 1호선처럼 준공된 지 오래됐지만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도로 교량이나 터널, 도시철도 시설물처럼 대형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264곳은 내진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