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공동기획

지난 3월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150t에 달하는 천공기가 넘어지면서 지나가던 차량을 덮쳤다. 중장비에 깔린 승용차에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가던 무한(13·가명) 군과 엄마(42)가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엄마는 간이 파열돼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무한 군은 이마를 다치고 허벅지 뼈가 심하게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때 충격으로 무한 군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세 번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과격한 행동을 하고 몹시 괴로워한다.

사고로 인한 후유증은 다른 두 자녀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11, 9살인 두 아이도 엄마가 한 달 넘게 입원하고, 큰형이 폐쇄병동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고 불안감과 고통을 호소한다. 큰형과 같이 ADHD 증상을 보여왔던 터라 이번 사고로 더 불안해한다. 엄마와 무한 군이 병원에 있는 석 달 동안 따로 떨어져 학업도 중단한 채 서울에 사는 이모와 지낸 것도 이같은 증상을 악화시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 모두가 병원 치료를 받게 됐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치료비를 마련하는 일이다. 엄마는 현재 아빠와 이혼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아빠는 요르단 사람이다. 한국인인 엄마는 무엇이든 빠르게 결정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다고 한다. 평소 정리정돈을 못해도 남자들이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첫째를 낳은 후 아빠의 산만함은 더욱 심해졌고, 직장생활도 제대로 못 할 지경에 이르자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에 내려와 키웠다.

엄마가 일을 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고작 60만 원. 남편이 돈을 벌고 있어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가뜩이나 아들 셋 모두 ADHD를 앓고 있어 약값이 만만치 않게 들었는데, 증상이 심해지면서 자꾸만 불어나는 치료비 때문에 눈앞이 캄캄하다. 대기업 건설사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당시 중장비를 운영했던 하청업체가 엄마의 입원비를 내줬다. 그러나 아이들의 정신과 치료는 이전부터 앓고 있었다는 이유로 사고와 연관짓지 않으려 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사고 전에는 ADHD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아이들 모두 학교생활에 별 무리없이 잘 지내고 학습능력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리치료 약을 먹으면서 과잉행동이나 학습장애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사고를 당한 첫째 병원비 때문에 둘째와 셋째 아이가 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달 12일 자에 소개된 혜진이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