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동부지원, 단독판사에 맡겨

- 항소심서 위법 이유 파기 환송

- 실수 모르고 양형 보도자료도

법원이 형사합의부가 맡아야 할 청소년 성매수 사건을 단독판사에게 배당하는 바람에 항소심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 1심을 맡아 판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심을 맡았던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이 사건 선고 때 양형 취지를 설명하는 보도자료까지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법원이 사건 배당 당시 재판의 기본 절차를 지키지 못한 데다 선고 이후에도 절차상 위법을 파악하지도 못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3부(박석근 부장판사)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10대 청소년에게 30만 원을 주고 성매수를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A(33)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이 같은 혐의로 1심(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뒤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원심 파기 사유는 A 씨의 항소 이유와는 무관했다. 법원의 심판 관할에 위법이 있었다는 게 원심판결 사유였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은 지방법원 또는 지원 합의부가 1심으로 심판해야 한다"며 "따라서 (동부지원) 합의부가 아닌 단독판사가 1심으로 심판한 원심판결에는 사무관할 법률 규정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양형 주장 판단을 생략한 채 이 같은 위법이 확인돼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당심이 1심으로서 이 사건을 심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법에도 1심 선고 당시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속칭 '조건 만남'을 가진 30대 남성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는 취지(본지 지난 5월 28일 자 5면 보도)로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의 상고심에서 재판장의 판결문 서명 날인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본지 지난해 11월 23일 자 11면 보도)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재판장을 제외한 법관 2명만 작성한 판결서에 의해 판결을 선고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며 A 씨의 경우처럼 상고 이유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본안 심리에 앞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재판부 배당(관할)과 판결문의 효력을 좌우하는 판사 서명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판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부산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법원은 변호사나 소송 당사자의 실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불이익을 주는데, 이런 기본원칙마저 지키지 못 한다면 법원과 판결의 권위가 제대로 서겠냐"고 비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