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30대 신혼부부가 실종된 지 석 달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미스터리 실종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부부가 실종된 뒤 3개월 동안 경찰이 조사를 벌였지만 종적을 쫓을 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자의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주변을 잘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27일 한 유력 포털 사이트에는 이 같은 부탁과 함께 부산에 살던 최성희(여·35) 씨 부부의 실종 경위를 알리는 글과 사진이 게재됐다. 현재 이 게시글은 포털과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글과 사진은 실종 부부에 대한 경찰 수사가 3개월 넘도록 진척이 없자 최 씨의 가족과 지인이 네티즌과 주변의 도움으로 이들을 찾기 위해 올린 것이다.

부산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결혼한 최 씨 부부는 수영구 광안동 한 빌라에 살고 있었다. 이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5월 하순이다. 5월 27일 부인 최 씨는 시장을 본 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5층 집으로 돌아왔다. 남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 전모(35) 씨는 다음 날인 28일 새벽 3시께 귀가했다. 이 같은 모습은 아파트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이후 이들 부부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석연찮은 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부부가 집을 나서는 장면은 아파트와 인근 CCTV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실종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외에 외부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계단에도 CCTV가 있지만 화질이 나빠 야간에 찍힌 장면은 식별하기 어려운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최 씨 소유의 차량은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다. 휴대전화의 전원도 남편은 5월 28일 오전 8시께 기장군에서, 부인의 것은 같은 날 저녁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꺼졌다. 남부경찰서 이구영 여성청소년과장은 28일 "기장군에는 두 사람의 연고가 없지만 서울 강동구는 남편의 어머니 집 근처다. 부부는 실종된 뒤 신용카드나 인터넷을 사용한 흔적이 없고, 현재까지 조사 결과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변의 원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 모두 전과는 없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초기에는 여성청소년과뿐 아니라 형사도 함께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한 달간 집안을 여러 차례 감식하면서도 외부 침입이나 다툼 같은 범죄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과장은 "실종, 가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는 한편 신원 미상의 변사자를 예의주시하는 등 흔적을 찾고 있지만 단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광안동 30대 부부 5월28일 '증발'사건 석연찮은 점

① 귀가 모습 찍혔는데…

집에서 나가는 모습은 인근 CCTV에 포착 안 돼

② 휴대전화 전원 끊김

아내는 시댁있는 서울 강동, 남편은 부산 기장서 끊겨

③ 신용카드도 안써

인터넷 사용기록 등 행적 추적할 단서 '0'

④ 사라질 만한 이유

경제적 쪼들림 없었고 원한 관계도 발견 안 돼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