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피크제 확대 저지 등
- 집행부·현장조직 성과 이견

- 파업 반복땐 더 큰 손실
- 노사 오늘부터 원점 재교섭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사가 합의한 임협 잠정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역대 가장 낮은 찬성률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파업 등 노조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사측과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노조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관련 찬반투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의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고 반대률(78.05%)로 부결됐다는 점은 노사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기대했던 8월 내 타결이 무산됨에 따라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노사는 29일부터 재협상에 나서는 등 바쁜 걸음을 해야 한다. 앞으로 2주일 안에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추석 연휴 전 타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 결과를 보면 노조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녹록지 않아 앞으로 추가 협상이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정합의안 부결의 가장 큰 원인이 임금 인상 폭에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노사는 임금 5만8000원 인상과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주식 10주(주당 13만여 원)를 각각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성과 및 격려금만 인당 평균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또 회사는 협상 교착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임협 최대 쟁점 사항이던 임금피크제 확대 요구안을 철회하고, 이를 내년으로 넘겨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은 최근 3년 내 임금 인상 합의안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잠정합의안은 임금 8만5000원 인상과 성과 격려금 400%+420만 원(전통시장 상품권 포함), 주식 20주 지급 등이었다. 2014년에는 임금 9만8000원 인상과 성과 격려금 450%+890만 원 등으로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도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한 조합원은 "협상 기간 임금 손실을 감내하며 14차례나 파업을 벌인 끝에 받아낸 잠정 합의 성과물이 너무 적다"며 "이는 집행부가 회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협상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잠정합의안 부결을 끌어낸 현장조직들이 견제 차원에서 집행부에 더욱 폭넓은 양보안을 사측으로부터 받아내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도 예상된다.

문제는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 또다시 파업을 반복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점이다. 노조는 올해 임협 과정에서 7월 19일부터 모두 14차례 파업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6만5500여 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해 1조4700억 원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임금피크제 확대 저지를 큰 성과로 내세우지만 조합원들은 상응하는 대가치고는 임금 인상 폭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 재개될 추가 교섭에서는 노조의 요구치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시장 상황이 나빠진 회사로선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잠정 합의한 올해 임금협상안을 놓고 지난 26일 전체 조합원 4만9665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시행했으며, 그 결과 투표자 4만5777명(투표율 92.17%) 가운데 78.05%(3만5727명)가 반대해 잠정합의안은 부결됐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