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남편을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살해한 아내와 범행에 공모한 내연남을 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황과 엇갈리는 진술에 따라 이들이 범인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26일 내연남과 공모,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송모(여·47) 씨와 내연남 황모(46) 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송 씨 등은 지난 4월22일 오후 오모(53) 씨를 니코틴으로 중독시켜 살해하고 사망보험금 8000만 원을 수령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씨는 사건 당일 아내와 장애가 있는 딸(22)과 함께 외식을 한 뒤 오후 7시께 집으로 돌아온 뒤 피곤하다며 수면제를 복용하고 방에 들어갔다가 밤 10~11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 씨의 몸에서 치사량 수준의 니코틴 1.95㎎/L가 검출되면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송 씨의 내연남 황 씨가 사건 1주일 전 인터넷에서 니코틴 20㎎을 구매한 사실과 함께 송 씨로부터 1억 원을 송금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
송 씨 등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송 씨는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거실에서 맥주를 함께 마셨으며, 이후 남편은 피곤하다며 방에 들어갔다"며 "남편에게 안약을 넣어주기 위해 방문을 열었는데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황 씨 역시 니코틴을 산 사실은 인정했지만 "전자담배를 피우기 위해 산 것이며, 남은 니코틴은 모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송 씨 등을 검거한 직후 통신 내용 분석 등으로 이들이 공모해 오 씨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의 자백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오 씨가 당일 저녁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도 건강했던 점이 확인됐고 이후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약 4시간 동안 집 안에 있던 사람은 아내 송 씨와 장애가 있는 딸 뿐이었다는 게 일단 결정적 단서다. 경찰은 이때 송 씨가 남편이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에 니코틴을 섞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송 씨가 숨진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119나 경찰이 아닌 장례식에 전화한 점, 오 씨의 직장 동료나 이웃에 죽음을 알리지 않고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점 등도 의혹을 사는 부분이다.
송 씨와 황 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도 경찰의 의심을 샀다. 송 씨는 남편 사망 직후 황 씨에게 1억 원을 송금했는데, 황 씨는 이에 대해 "사업자금 명목이었다"고 말한 반면 오 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황씨는 구입한 니코틴을 일부 물에 희석해 사용하고 남은 양은 버렸다고 했는데, 황씨가 진술한 물의 비율이나 희석 방식이 실제 사용 방법과는 전혀 달라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니코틴 원액 유통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니코틴은 유독 물질로 분류돼 허가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하고, 농도가 2%가 넘는 니코틴을 사려면 구매자의 인적 사항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황씨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통해 미국산 니코틴 10㎎ 2병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담배 보급 등으로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혈중 니코틴 치사량 농도는 3.7㎎/ℓ이지만 1.4㎎/ℓ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이 숨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니코틴은 색과 향이 없고 이를 과다 섭취해 사망할 경우 부검 없이는 사인도 밝히기 어렵다"며 "현재 사실상 니코틴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모방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건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