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웹툰·역할극 등 통해
- 초기 혼선 줄이려 홍보 주력
- 경남도는 청렴식권 600장 마련
- 유통·금융업계 등도 대응책 고심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 경남지역 주요 관공서와 기업은 상급 기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한 채 자체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부산에서는 기장군처럼 직무 관련자를 사적으로 만나 1만 원이라도 금품·향응·접대를 받으면 보직 해임, 승진 배제 등의 불이익을 주는 '청렴 매뉴얼'을 이미 신설·운영한 곳도 있지만, 기관 대부분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다음 달 1일 유의점과 유형, 사례를 담은 20쪽 분량의 매뉴얼 5000부를 제작해 구·군과 공단 등 산하 기관에 배부하고, 정례조례 때 청렴을 주제로 한 역할극을 선보인다. 또 국민권익위가 법 시행과 관련해 제작한 웹툰 4편을 시 홈페이지에 올려 시민에게도 내용을 알리기로 했다. 시는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대상자에 관한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3월부터 시와 산하 기관 직원 1700명을 대상으로 국민권익위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했다.

서정복 시 청렴문화팀장은 "시행 초기에는 이해 부족에 따른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소정의 상품을 걸고 법 이해를 높이기 위한 퀴즈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다음 달 초 내려올 김영란법과 관련된 지침을 바탕으로 지역 15개 경찰서에서 교육할 계획이다. 경찰은 직원에 대한 집안 단속은 물론 법 시행 이후 위반 신고를 직접 받을 수 있는 기관이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권익위는 법 위반이 의심되면 서면 신고하도록 했지만, 위반이 의심되는 현장에서 112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투서 등이 접수되면 경찰 수사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식사 과정에서 은밀한 부정청탁을 차단하려고 예산 200만 원을 들여 '청렴식권' 600장을 사 부서에 나눠줬다. 도청을 방문한 직무 관련자가 점심때까지 일 처리를 마치지 못하면 구내식당 식권을 제공한다.

유통 금융 조선 등 업무상 공직자와의 접촉이 잦은 업계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를 초빙한 교육은 공통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사례집 등 대응 매뉴얼이 없는 업체 직원들은 걱정을 드러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서울 본사에서는 교육이 이뤄졌지만 아직 부산지사 직원을 대상으로는 교육이나 지침에 관한 언급이 없다"며 "지사 내부에서는 법 시행이 닥치면 사례별로 대처할 수밖에 없겠다는 넋두리도 있다. 시행 초기에는 가능한 접촉을 줄이고 사례나 판례가 쌓이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호걸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